대한제국의 외교 발자취가 남아 있는 미국 워싱턴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미국 국가 사적지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는 동판 제막식이 30일(현지 시간) 열렸다. 제막식에는 조현동 주미대사와 찰스 샘스 미 국립공원청장, 킴벌리 바셋 워싱턴DC 비서장관 등이 참석했다.
조 대사는 “지난해에 우리는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했지만 사실 양국 외교 관계는 142년 전인 1882년 한미수호통상조약 체결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그래서 1889년부터 워싱턴DC에 한국 최초의 외교 공관이 개설됐다”고 소개했다. 조 대사는 또 “140년 전에 외교관으로 일했던 선배들은 140년 뒤 한국이 미국의 가장 가깝고 없어서는 안 될 동맹국의 하나가 될 줄은 몰랐을 것”이라며 “오늘날에도 이 건물은 여전히 한국과 미국의 영원한 우정의 상징이자 양국 국민이 공유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건물로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이 앞으로 140년 동안 더욱 굳건하고 강력하게 이어지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국가사적보존법에 따라 역사적 중요성이나 예술적 가치를 지닌 건물, 구조물 등을 국가 사적지로 등재한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지난달 9일 미국 국가 사적지로 이름을 올렸고 이에 따라 미국 연방 문화유산으로서 법적 지위를 부여받았다.
이 건물은 구한말 조선의 아픈 역사가 스며 있는 곳이다. 1887년 조선의 초대 주미전권공사인 박정양이 미국에 특파된 후 1889년 2월부터 주미공관으로 활용됐고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잃은 1905년까지 약 16년간 조선의 외교 활동 공간이었다. 일제는 1910년 조선을 강제 병합한 후 단돈 5달러에 이 건물을 매입한 뒤 팔아넘겼다. 우리 정부는 2012년 건물을 사들여 보수·복원 공사를 했고 2018년 5월 역사전시관으로 개관해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