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만 4조 원이 넘는 서리풀 복합개발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것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우량한 사업장 위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은 사업은 여전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PF 양극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구 감소로 소비력이 낮아진 지방 대신 서울로, 또 서울 내에서도 입지에 따라 온도 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좌초 위기에 빠진 1조 4930억 원 규모의 ‘인천 검암 플라시아 복합개발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인천 2호선 검암역 일대에 교통·상업·업무·주거 시설을 포함한 복합 공간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인천도시공사(iH)는 2022년 IBK투자증권 컨소시엄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했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로 사업성이 낮아지면서 사업이 멈춘 상태다. 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IBK 컨소시엄이 땅값을 20%가량 낮추고 용적률을 높여 사업성을 제고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시행자 측에서도 손해가 불가피한 사업을 이어갈 수는 없어 고민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행사의 자금력과 시공사의 신용도도 자금 조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서 이뤄진 부동산 PF 대출은 △강남 르메르디앙 개발 사업 브리지론(현대건설 보증) 9500억 원 △용산 철도병원 부지 개발 사업 브리지론(HDC현대산업개발 보증) 3000억 원 △충주드림파크 산업단지 개발 사업(충주시 보증) 1800억 원 등으로 모두 우량한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다.
서리풀 복합개발 사업을 주도하는 엠디엠그룹 역시 PF 시장이 다소 풀리면서 사업을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리풀 복합개발 사업은 엠디엠그룹 자체 신용으로 PF 대출을 받아 건설사들에 공사비를 지급하는 구조다. 준공 시점에 오피스 임차인을 채워 담보대출을 받아 기존 PF 대출을 상환하게 된다. 엠디엠그룹 관계자는 “사업비 규모가 4조 원 안팎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금융 주관사인 신한은행을 통해 어느 정도 큰 틀의 윤곽을 잡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엠디엠그룹은 당초 지난해 착공해 2026년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제10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해당 부지에 공연장과 박물관을 신설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 특별계획구역 세부 개발계획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올 6월 서초구청으로부터 건축계획 허가를 받으면서 사업 정상화의 물꼬를 튼 상태다.
엠디엠그룹과 서울시는 이 부지를 ‘한국판 실리콘밸리’이자 동남권을 대표하는 친환경 문화·업무 복합 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공원을 제외한 약 9만 6795㎡ 부지에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미래 산업지구가 들어선다. 서리풀터널을 기준으로 북쪽 용지에는 지하 4층~지상 17층 규모의 글로벌 비즈니스 타운과 공공용지를 건설해 첨단 비즈니스 허브를 조성할 계획이다. 남쪽 용지에는 지하 7층~지상 19층, 5개 동 규모의 업무 시설과 근린생활시설, 판매 시설, 문화시설 등을 계획 중이다. 특히 블록체인·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의 입주를 유도해 테헤란로에 버금가는 랜드마크급 오피스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부채납(공공기여)을 통해 연면적 1만 ㎡가 넘는 공연장과 미술관 등 복합 문화·예술 공간도 조성한다.
시장에서는 서리풀 복합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면 테헤란로 업무지구의 새로운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까지 없던 ‘공원을 품은 오피스타운’으로 많은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 명소가 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발이 지연되면서 금융 비용과 공사비 부담이 다소 늘었지만 강남 역세권 입지와 부지 매입 단가를 고려하면 여전히 사업성이 좋을 것”이라며 “신한금융그룹이 금융 주선을 맡고 있고 최근 PF 시장이 대형 딜에 쏠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대규모 자금 조달도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