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의 실적을 흔들었던 3고(고유가·고환율·고금리)의 난기류가 걷히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이후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차입금과 유류 구매 비용이 동시에 줄어들 환경이 조성됐는데 이 와중에 국제 항공유 가격마저 빠르게 안정되는 상황이다. 출입국자와 화물 수요 증가로 ‘겹호재’를 맞고 있는 대한항공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2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국제항공유동향(Jet Fuel Price Monitor)에 따르면 국제 항공유는 지난달 27일 기준 1톤당 680.86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하락했다. 8월에 비해서도 7.9% 줄었다.
8월 중순 국제항공유지수는 262.2(2000년=100 기준)였는데 한 달 만에 235.7까지 내려갔다. 대한항공은 올해 반기 기준 항공유를 지난해 평균(2.58달러) 수준인 1갤런(약 3.78ℓ)당 2.48달러에 구매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항공유 가격이 7월부터 가파르게 내리면서 연간 4조 5000억 원에 달하던 유류비의 무게가 줄어드는 국면에 진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단행한 금리 인하가 대한항공의 실적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대한항공은 반기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올해 평가 환율을 1달러당 1389.2원으로 산정했다. 그런데 미국이 빅컷을 단행한 후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310원대까지 하락했고 올해 말 1200원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달러로 거래되는 항공유는 물론 수리와 정비에 쓰이는 각종 부품 비용도 줄어든다. 여기에 금리 인하로 인해 금융기관에서 조달한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대한항공으로서는 그간 실적을 흐리게 했던 고유가에 이어 고환율·고금리 등 ‘3중고’가 사라지는 셈이다.
악재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호재까지 겹치고 있다. 8월 기준 우리 국민의 해외 관광객 수는 약 188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 이상 증가했다. 특히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도 같은 기간 1067만여 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3%가량 늘었다. 해외 관광객 수와 방한 관광객 수 모두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기업들의 수출 호조로 7월 국내선 및 국제선 항공화물 실적도 37만 90톤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4% 증가했다. 화물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7월에 비해 3.9% 늘어난 것으로 호황기의 실적을 넘어섰다.
업황 개선에 금리·환율·유가 상황이 모두 대한항공에 유리하게 바뀌면서 올해 실적이 업계의 컨센서스(매출액 약 18조 원, 영업이익 2조 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행객과 입국자 수가 늘고 있고 특히 중국에서 오는 소위 ‘알테쉬(알리·테무·쉬인)’의 화물도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다만 유가 안정, 관광객 증가와 같은 호재가 저비용항공사(LCC)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CC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 관광객의 회복이 늦어지고 있고 대부분 해외에 맡기는 정비 비용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2019년 연간 600만 명을 넘었던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에는 약 200만 명, 올해 7월 기준 약 270만 명에 그치고 있다.
LCC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은 물론 동남아시아 관광객도 더 증가해야 한다”며 “정비 비용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은 돼야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