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5만원대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2일 오전 10시 43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100원(0.16%) 하락한 6만1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직후 주가는 5만9900원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장중 ‘5만 전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3월 16일 이후 약 1년 7개월만이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들이 부진한 데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며 장초반 급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외국계 증권사 맥쿼리가 목표주가를 50% 하향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목표주가는 12만 5000원에서 6만 4000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맥쿼리는 메모리 부문이 다운 사이클로 진입하면서 삼성전자의 수익성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D램 등 메모리 공급 과잉으로 평균판매가격(ASP)이 하락하며 전방 산업의 수요 위축이 실적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맥쿼리는 “(삼성전자는) 상황에 따라 D램 1위 공급 업체 타이틀을 잃을 수 있다”는 평가마저 내놓았다.
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납품이 늦어지면서 주가 상승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다고 봤다. 2026년 삼성전자 HBM 매출액은 130억 달러로 SK하이닉스(300억 달러) 대비 43%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수요가 예상을 밑돌고 있으며 레거시 메모리 수요도 둔화하고 있다"며 "경쟁사 대비 HBM 시장 진입도 늦어 우려가 가중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2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인 11조2000억원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13.6% 낮췄다.
다만 주가가 바닥에 있어 더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역사적 주가순자산비율(PBR) 밴드 하단 부근에 있다"며 "악재는 주가에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여 중장기 관점에서 매수 접근을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공급자 중심 메모리 수급 환경이 유지돼 내년 반도체 업황은 내년보다 양호할 것이며 HBM 시장에서의 성과가 주가 반등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동남아시아·호주·뉴질랜드에서 수천 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측은 "일부 해외 법인에서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일상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특정 직책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