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3명 이상은 북한과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 젊은 세대는 절반 가까이 통일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2일 공개한 ‘2024 통일 의식 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전혀’와 ‘별로’를 합해 35.0%로 2007년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다. 반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매우’와 ‘약간’을 합해 36.9%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20대(19세∼29세) 사이에서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47.4%로 절반에 육박했고, 필요하다는 응답은 22.4%에 그쳤다. 30대에서는 필요하지 않다가 45.0%, 필요하다가 23.9%로 집계됐다.
통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로는 ‘통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33.9%)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고 ‘통일 이후 생겨날 사회적 문제’(27.9%), ‘남북 간 정치체제의 차이’(19.2%) 등이 그다음이었다.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응답 역시 39.0%로 역대 최고였는데, 20대와 30대 사이에서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각각 45.1%, 43.1%로 40대(35.8%), 50대(34.7%), 60대(38.3%)보다 높았다.
김범수 통일평화연구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 갈등과 긴장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통일의 필요성, 통일의 가능성 등에 있어 전반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한 적대 의식은 2021년 11.2%→2022년 13.6%→2023년 18.6%→2024년 22.3%로 3년 연속 상승해 조사 시작한 이래 최고점을 찍었다. 이와 맞물려 북한을 대화와 타협의 상대로 볼 수 있느냐, 즉 북한 정권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능하다는 응답이 26.5%로 최저를 기록했다.
대북 인식 조사 결과를 분석한 김병로 연구원은 “북한이 70년 이상 유지했던 민족·통일 정책을 폐기하고 적대적 대남전략으로 전환한 데 따른 불안과 불신이 높아진 결과”라고 짚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매우’와 ‘다소’를 포함해 그렇다는 응답이 43.1%로, 지난해 55.9%보다 12.8%포인트 하락했다.
정부의 ‘북한 이탈주민의 날’ 지정과 같은 노력에도 북한 이탈주민을 ‘친근하게 느낀다’는 응답은 17.5%로 역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은영 연구원은 남북 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이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을 낮추고 사회적 거리감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변국 인식 조사에서는 북한을 가장 위협적으로 본다는 응답이 50.9%로 과반을 차지했고 중국(30.8%), 러시아(9.9%), 일본(5.4%)이 그 뒤를 따랐다. 그간 조사에서 러시아를 위협적인 국가로 인식한다는 응답은 1% 안팎이었으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인식이 바뀐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 갤럽이 지난 7월 1∼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 조사한 것으로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2.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