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3분기까지 외국인의 한국 투자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일본의 대(對)한국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4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이 1년 전보다 5.2% 늘어난 251억 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62년 이후 역대 최대 금액이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지난해보다 36.4% 급증한 123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기·전자(35.9%), 기계장비·의료정밀(128.5%), 의약(136.4%) 등도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만 지난해 대형 인수합병(M&A) 투자에 따른 기저 효과로 서비스업 투자는 지난해보다 13.3% 감소한 119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의 한국 투자액이 지난해보다 412.7% 급증한 46억 9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1위 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3월 한일정상회담 복원 등 한일 경제협력 분위기가 강화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법민 산업부 투자정책관은 “반도체나 배터리 관련 소부장 투자가 증가하면서 일본으로부터의 제조업 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며 “구체적인 기업명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여러 건의 대형 투자 신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한일 관계 훈풍이 일본의 역대급 투자 증가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시욱 국제통상학회장은 “2019년 일본이 수출을 통제하면서 소부장 관련 투자가 급감했지만 한일 관계 분위기가 좋아지고 수출 규제도 없어지면서 양국이 훨씬 더 자유롭게 투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중국 등 주요 교역국의 한국 내 투자도 크게 늘었다. 중국의 직접투자액이 지난해보다 316.3% 급증한 45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역시 반도체·2차전지 등 국내 첨단산업 소부장 중심으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으로부터의 투자 유입은 전년보다 39.9% 줄어든 31억 2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유럽연합(EU)의 한국 내 투자 역시 지난해보다 1.4% 감소한 39억 5000만 달러에 그쳤다.
투자 유형별로는 공장 등 신증설을 위한 그린필드 투자가 지난해보다 12.9% 증가한 189억 3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M&A 투자는 62억 6000만 달러로 12.7%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지역의 정세 악화 등으로 글로벌 외국인 직접투자가 2년 연속 감소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한국이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투자처로서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는 향후 국내 산업 공급망 안정화 및 경제안보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