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리 정상화 제동에도…시장선 "내년까지 엔화 강세 지속

[지금 일본에선]
이시바 "금융 완화 기본 기조 유지 기대"
BOJ도 "금리 인상 신중 판단" 의견 우세
전문가들 내년까지 엔화 강세 지속 전망
日 국채 14년래 최대 28조엔 순매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진행 중” 관측



새롭게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정부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히며 일본의 금리 인상 기조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BOJ)이 이미 금리 정상화에 시동을 건 만큼 향후 완만한 긴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도 엔화 강세 전망을 반영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전날 총리관저에서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금융정책의 구체적인 조치는 일본은행에 맡겨야 한다”면서도 “금융 완화의 기본적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화로 시장의 변동성이 컸던 만큼 새 정부가 완화적 기조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역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 당분간 경제를 냉각시키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긴축을 경계했다.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당분간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행은 7월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한 후 지난달에는 동결했다. 일본은행은 올해 10월과 12월 두 차례의 통화정책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일본의 금리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흐름이 포착된다. 블룸버그는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완화적 입장에도 “전문가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내년까지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8개월 동안 일본 투자자들은 일본 국채를 28조 엔(약 257조 2700억 원) 순매입했는데 최근 14년래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사들인 해외 채권 규모는 7조 7000억 엔으로 연초 대비 반 토막 났다. 해외 자산을 선호하던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 자산으로 관심을 돌린 것이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후 3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는 연초 1.6%에서 현재 40bp(1bp=0.01%포인트) 상승한 2.0% 수준을 웃돌고 있다. 일본 티앤디자산운용은 “일본의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2.5%를 넘으면 자금이 집(일본)으로 돌아오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 같은 추세는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대규모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 투자자들은 전 세계(미국 제외)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주식시장의 1~2% 비중을 차지한다. 오모리 쇼키 미즈호증권 수석 전략가는 “전 세계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대규모 (일본 투자자들의) 철수 흐름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일본 투자자들은 그 자체로 대형 캐리 트레이더로 이 같은 추세는 이미 진행 중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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