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택시기사 선택권 제한"…카모 "인허가 기관과 협의했다"

■ 공정위, 카카오모빌리티에 제재
택시 플랫폼 사상 최대 과징금
독점력 남용 등 檢 고발조치도
카모, 2년새 과징금만 1000억
"국내 플랫폼 기업 의지 꺾는다"
'규제일변' 정부 비판 목소리도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청사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와 관련해 제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에 제휴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할 경우 소속 택시기사의 호출을 차단한 카카오(035720)모빌리티에 7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택시 플랫폼에 대한 과징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2월 ‘콜 몰아주기’ 혐의로 부과받은 257억 원을 더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2년도 채 되지 않아 1000억 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물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즉각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의 지나친 규제·제재가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 의지를 꺾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정위는 2일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의 가맹택시에 카카오T 콜을 차단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724억 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법인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일반호출 앱 시장에서 96%가 넘는 점유율을 가진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공정위 “택시기사 합리적 선택권 제한”=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5월부터 우티·타다 등 4대 경쟁 사업자에 영업상 비밀인 소속 기사 정보, 택시 운행 정보 등을 실시간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제휴 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2019년 3월 시작한 가맹택시 서비스 ‘카카오T블루’의 점유율을 손쉽게 늘리기 위해 일반호출 시장의 영향력을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에 응하지 않자 해당 경쟁사 소속 기사들의 카카오T 일반호출을 막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차단한 우티의 기사 아이디(ID)는 1만 1561개, 타다의 기사 아이디는 771개다. 타다는 이 같은 압박에 정보 제공에 동의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여부와 관계없이 호출을 제공하는 일반호출 시장은 물론이고 가맹택시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2022년 79%까지 끌어올리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반면 타다·반반택시·마카롱택시 등 경쟁 업체는 사실상 퇴출당했고 우티도 시장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 같은 행위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와 택시기사의 합리적인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거대 플랫폼이 시장 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인접 시장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반경쟁적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인허가 기관들과 협의 통해 서비스”=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시사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인허가 기관들과의 협의를 통해 모빌리티 서비스들을 선보였고 가맹택시 서비스 역시 관련 법령 및 품질 보장 협약을 통한 ‘원 플랫폼(가맹 사업자가 지정한 호출 프로그램만 사용)’ 원칙을 토대로 승인 받은 사업 계획서에 기준해 진행했다”며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중복 콜 취소, 브랜드 혼동 등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휴 계약을 추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영업 정보 요구에 대해서도 “콜 중복 최소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휴 계약 당사자가 필수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고 일방적 정보 취득이 아닌 상호 간 데이터 제공”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 제한 행위에 대한 시시비비를 떠나 정부의 플랫폼 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 일변도 정책이 모빌리티 업계의 혁신을 퇴행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말로는 혁신을 외치면서 글로벌 경쟁사를 상대로 쏟아야 할 힘을 자국 경쟁 당국에 낭비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공정위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차단 관련 신고를 접수한 업체 중 하나인 우티(현 우버택시)는 우버의 자회사다.


◇카카오모빌리티 과징금 1000억 원 육박= 글로벌 기업에 앞서 새로운 서비스를 먼저 선보이고 국민 후생을 증진시킨 국내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과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어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토종 플랫폼들이 과도한 규제로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 기업들이 규제에 대응해 후퇴를 거듭하다 보면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자금력을 갖춘 외국 업체에 국내 시장을 내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이번 과징금 외에도 지난해 2월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주는 ‘콜 몰아주기’ 혐의로 과징금 257억 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번 과징금을 더하면 981억 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387억 원)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이달 중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처리 위반 혐의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2월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가장 높은 양정 기준인 ‘고의 1단계’를 적용하고 법인을 상대로 90억 원 안팎의 과징금 부과를 통보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증선위도 금감원 방침대로 제재 결정을 내릴 경우 카카오모빌리티로서는 사실상 국내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면서 “행위의 잘잘못을 떠나 특정 기업에 대한 정부 제재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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