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수사 끝에 '디올백' 불기소…"친분 위한 것" 최목사 증언이 결정적

[4개월 집중수사 끝 '디올백' 모두 불기소]
검찰 이례적 107쪽짜리 PPT 브리핑
"직업적 양심따라 내린 결론" 강조
청탁 자체도 모호…김여사 답안하고·절차문의
디올백 수사 4개월…청탁금지법 한계·수사심의위 무용론도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에 대해 김 여사를 포함한 모든 사건 관계인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청탁 목적은 아니다”라는 등 실제 검찰 진술과 청탁 내용의 모호성을 종합해 나온 결론이다. 특히 2016년 ‘스폰서 검사’ 사태 때 탄생한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부인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또 두 차례 수사심의위원회의 서로 다른 권고에도 검찰은 당초 무혐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수심위 무용론도 불거지고 있다.


2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 수사팀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최 목사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핵심 쟁점은 김 여사와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2022년 6월부터 9월까지 디올백과 고가 화장품, 양주를 선물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최 목사는 자신이 디올백 등 선물을 제공한 것은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을 국정자문위원으로 임명 △김 전 의원 사후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등을 위한 청탁이라는 주장이다.


수사팀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탁금지법으로 기소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현안이 있고 금품을 주고받은 자가 모두 청탁임을 인지해야 하는데 이 조건들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실제 무죄 판결이 났던 판례를 들어 설명했다.


최 목사가 검찰 조사 당시 “청탁이 아니라 친교를 위한 것”이라고 증언한 것이 무혐의 결론의 단초가 됐다. 최 목사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 모두 스스로 날인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선물은 직무와 관계없이 준 것”이라고 돼 있다.


청탁을 위한 현안도 모호하다고 했다. 김 전 의원에 대한 국정자문위원 임명 청탁 당시 김 전 의원 부인은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최 목사를 모르는데 부탁할 리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히 여러 사안들은 아예 청탁이 전달 자체가 안 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최 목사의 선물은 김 여사에게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검찰은 두 사람 사이의 메신저 대화를 공개하며 최 목사가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의소리를 비난하며 접근했으며 김 여사가 답을 하지 않을 때 서운한 감정을 표출하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최 목사의 주거침입 등 추가 혐의와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의 무고 혐의 등 다른 관계인의 혐의도 모두 무혐의거나 죄가 안 됨 처분이 났다.


4개월간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디올백 사건’은 사회에 여러 화두도 던졌다. 특히 2016년 시행된 청탁금지법의 허점이 드러났다. 당시 법 시행 취지는 이른바 ‘스폰서 검사’에 대한 국민적 논란에서 탄생했다. 부정 청탁이나 부당한 선물, 접대 관행을 아예 근절하기 위해 금품 수수를 포괄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다만 당시에도 배우자 등 가족에게 청탁한 것에 대한 처벌 논란이 많았지만 그렇게 되면 적용되는 국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비공직자인 개인 사회생활까지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로 배우자와 가족에 대한 적용은 무산됐다. 이 같은 허점에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공직자 배우자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시작된 수사심의위원회도 무용론이 부각됐다. 검찰의 수사 중립성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강제성은 없다. 검찰의 이번 무혐의 결론도 수심위 이전에 수사팀 전원이 만장일치로 내린 결론이다. 김 여사에 대한 수심위에서는 김 여사 무혐의 결론이 나왔고 최 목사 수심위에서는 최 목사 기소 권고가 나왔지만 수사팀은 의결을 사실상 묵살한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강제성도 없을 뿐 아니라 복잡한 사건에 대해 당일 결론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신뢰성도 담보하지 못한다”며 위원회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최 목사와 서울의소리는 기소 처분을 받기 위해 항고한다는 입장이다. 최 목사 측은 “수심위에서 내린 기소 의견을 존중하지 않은 것은 윤 대통령 부부를 위해 변호인 역할에 집중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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