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우월주의가 강한 멕시코에서 헌정 200년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1일(현지 시간) 공식 취임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빈곤층과 여성을 위한 정치를 강조했지만 국내외 반발을 사고 있는 판사 직선제 등 해결해야 할 난제도 산적해 있다.
AP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시티 연방 하원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나는 어머니이자 할머니이며 과학자이자 신앙심이 깊은 여성”이라면서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가난한 사람을 먼저 돌본다는 인본주의 전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 퍼스트레이디인 질 바이든 여사를 비롯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등 남미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멕시코 정부는 105개국 인사가 축하를 위해 행사를 찾았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올 6월 대선에서 59.8%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중남미 최고 명문대학으로 불리는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공부한 그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직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했다.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었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이 그를 장관직으로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도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은 셰인바움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평가받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으로 역사에 이름을 올렸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마약 등 범죄 문제, 빈곤층 현금 지원 확대, 미국 등 국가와 관계 정립 등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특히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셰인바움 리더십은 시험대에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멕시코산 물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데다 국경 문제 등을 두고도 마찰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전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앞서 추진됐던 판사 직선제 등을 두고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셰인바움 대통령이 선거 기간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들을 이행하기엔 재정 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이 막후의 권력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YT는 “셰인바움 대통령은 유능한 행정가로 알려져 있지만 전임자처럼 뛰어난 정치적 재능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라면서 “수십 년 만에 최대치로 증가한 예산 적자, 안보 위기, 이주민 문제 등 복잡한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