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지우는 北…비전향 장기수 호칭도 '애국투사'로

김정은, 북송 리재룡에 생일상

2005년 6월 북한 잡지 '조선'에 실린 북송 비전향 장기수 리재룡(오른쪽)과 딸의 사진. 연합뉴스

‘적대적 두 국가’를 내세운 북한이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호칭을 ‘통일애국투사’에서 ‘애국투사’로 바꾸며 통일 지우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00년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 리재룡의 80번째 생일을 맞아 생일상을 보냈다고 3일 보도했다.


노동당은 리재룡을 향해 “사회주의 혜택 속에 건강히 애국투사로서의 삶을 빛내도록 보살폈으며 국가적인 중요 행사들에 대표로, 특별손님으로 불러 끝없는 영광을 거듭 안겼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노동신문에서 비전향 장기수를 ‘통일애국투사’로 불렀으나 이번에는 ‘애국투사’로만 칭했다. 통일의 흔적을 지우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더는 통일의 상대로 보지 않겠다며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고, 그 이후 북한 곳곳에서 통일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들이 일제히 삭제됐다.


1944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난 리재룡은 1967년 조업에 나섰다가 풍랑을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는 바람에 북측에 나포된 ‘용진호’ 선원으로, 남한으로 돌아간 동료 선원들과 달리 북한에 잔류했다. 리재룡은 그로부터 3년 뒤인 1970년 공작원으로 남파됐으나, 19일 만에 붙잡혀 간첩 혐의로 30년을 복역했고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그해 9월 북송됐다. 북송 직후인 2000년 말 결혼한 리재룡은 2002년 6월 딸을 얻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딸의 이름을 ‘축복’이라고 지어줬다. 북한은 리재룡을 주인공으로 다룬 소설 ‘축복’을 출간하며 체제 선전에 활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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