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더 큰 자금 동원 가능성도 염두" MBK 추가 베팅땐 맞대응 시사 [시그널]

■최윤범 회장 백기사로 나선 베인캐피털 고위관계자
"고려아연 펀더멘털 고려할 땐
주가 하방 리스크 제한적일 것"
초기손실 우려에 안전장치 언급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기덕 사장, 최 회장, 조현덕 변호사.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의 백기사로 등장한 베인캐피털의 고위관계자 “공개매수 자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훨씬 더 큰 규모가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고 말했다. 법원의 MBK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자사주 취득 길이 열리면서 고려아연이 우호 세력의 도움보다 자체적으로 자기 취득 비중을 높였다는 뜻이다. 이는 곧 영풍·MBK파트너스가 추가 베팅을 하면 최 회장 측도 맞대응할 여력이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려아연의 펀더멘털을 보면 (공개매수가 끝난 뒤) 주가 하방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저희가 회사에 대한 우호 지분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로서 최소한의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 회장과 담보 설정 등 주주 간 계약에 있어 어느 정도 조건이 있는 거래"라며 “최 회장과의 약정은 차후 공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당 83만 원에 지분을 매입하면 공개매수 종료 뒤 기존의 50만 원대로 주가가 떨어질 수 있어 초기 손실 우려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 안전장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영풍·MBK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베인캐피털이 언론에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려아연은 4일부터 2조 6635억 원을 들여 320만 9009주(15.5%)에 대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시작하고 이와 별개로 우호 세력인 베인캐피털은 4300억 원을 투입해 2.5%(51만 7582주)의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고려아연·베인캐피털 연합은 주당 83만 원으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75만 원)보다 10.7% 높게 잡았다. 그는 “성장을 잘 해온 회사가 경영권 매각보다는 경영권 위협을 방어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기에 투자 규모는 생각보다 줄었다”면서 “투자 기간은 3년, 길게는 5년 정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인캐피털이 지분을 더 확보할 역량은 있었지만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활용한 공개매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2.5% 지분 확보로 결정하게 됐다는 뜻이다.


최 회장과 협력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 관계자는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회사 경영진과 주주들이 동의하느냐 여부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냐 아니냐의 기준점인데 (영풍·MBK의) 시도가 무리가 있다고 봤다”며 “한국 시장에서 전체적인 사업 전략이 고려가 됐고 고려아연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다가 여러 안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항간에서 떠돌던 투자심의위원회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는 이야기에는 “사실무근”이라며 “규모가 있는 투자 건에는 검토를 더 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계획이 발표된 2일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서는 “공개매수가 아닌 이사회 결의 사항이 공시되면서 법적 효력이 있느냐, 취소가 가능한가 식으로 잡음이 있었다”며 “4일에 정식 공개매수 신고 절차가 이뤄지면 진정성 있는 계획으로 시장에서 이해할 것”이라고 봤다.


베인캐피털은 한미그룹의 경영권 갈등에서도 백기사로 거론됐으나 실제 투자까지 진행되지는 못했다. 분쟁 중인 기업에 투자를 꺼리는 사모펀드(PEF)의 특성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투자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분쟁 상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로 보면 저희는 회사가 동의 또는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가 거부하는 그림이어서 우리가 역할을 하는 게 덜 부담스럽고 주요 주주인 최 회장이 이 상황을 평화롭게 정리하겠다는 의지가 있어 그렇게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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