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가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엔·달러 환율이 크게 출렁였다.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비둘기파’ 발언에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7엔대까지 급등(엔화 가치 하락)했고 닛케이 평균 지수는 2%대 급등했다.
3일(현지 시간) 도쿄외환시장에서 장중 엔·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3엔가량 오른 147.24엔까지 치솟았다. 엔화 가치는 8월 20일 이후 약 1개월 반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엔·달러 환율은 2.9%가량 뛰면서 2022년 6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갑작스러운 엔저 흐름에 불을 지핀 것은 이시바 총리의 발언이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다음날인 2일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와의 첫 만남에서 “개인적으로 현재 추가로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매파) 노선을 지지하는 것으로 여겼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외환 전략가는 “이시바 총리의 이번 발언은 그야말로 손바닥 뒤집기”라면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기대했던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실망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수 포지션을 청산하는 움직임이 우세해졌다”며 “이달 27일 총선거까지는 엔 매도, 달러 매수 기조가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면서 BOJ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디플레이션 탈피’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스탠스를 바꾼 것으로 해석했다.
이시바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정·재생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총리가 금리 인상에 적극적이라는 것은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면 옳지 않다”면서 “최우선 과제는 디플레이션 극복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BOJ의 ‘비둘기파’ 인사도 당분간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구치 아사히 정책심의위원은 가사키현 금융경제원탁회의에서 “사회 전체가 BOJ의 2% 인플레이션 목표에 부합하는 사고방식으로 전환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인내심을 갖고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구치 위원은 7월 금리 인상에 반대표를 던졌다.
‘엔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수그러들면서 이날 도쿄 증시에도 매수세가 유입됐다. 닛케이225 평균 주가는 한때 3%까지 상승하며 전일 대비 1.97% 오른 3만 8552엔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