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필수의료 보상 개선하면 전공의 돌아올 것"

■김태경 캐나다 토론토대 의대 교수
초저수가 탓에 '박리다매식 진료'
의사들 국민신뢰 잃어 안타까워
의료사고 책임 줄일 대책도 필요
재원마련 등 구체적 계획 제시를

김태경 캐나다 토론토대 의대 교수가 3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에서 한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과 의정 갈등 해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사직 전공의들이) 언제, 얼마나 복귀할지는 알 수 없어요. 분명한 것은 정부가 왜곡된 필수의료 보상 체계와 의료사고 책임 부담 등 의료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 돌아올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생명을 살리는 자부심, 희열을 느꼈던 의사들은 현장을 떠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김태경 캐나다 토론토대 의대 교수(영상의학과 전문의)는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공의들이 돌아온 뒤 의료 정상화와 진정한 의미의 의료 개혁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인 김 교수는 한국과 캐나다의 최고 병원을 모두 겪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1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수련을 받았고 2003년 서울아산병원 조교수로 임용돼 캐나다의 토론토제너럴병원으로 해외 연수를 떠났다. 전임의로 근무하던 중 정식 교수직을 제안받았고 영상의학과 전문의였던 아내와 함께 현지에 남아 근무한 지 21년이 지났다. 김 교수는 “해외에서 일하다 보니 임상의학에서만큼은 한국이 압도적인 의료 선진국임을 체감한다. 지금도 토론토에서 어려운 (환자) 케이스가 생기면 아산병원에서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는 한다”며 “의료대란으로 진료는 물론 임상 연구마저 크게 줄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현 사태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이지 않나. 의사 편을 들자는 게 아니라 한국 의료가 어처구니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은 한국과 차이가 크다. 별도의 의료보험에 가입하거나 보험료를 낼 필요 없이 세금만 내면 국적에 관계없이 무상으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언제든지 대형 병원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은 상상도 못 한다. 그렇다고 의사가 박봉에 쉴 틈 없이 일하는 것도 아니다. 캐나다 의사들은 한국 3배 수준의 봉급을 받고 환자는 훨씬 적게 본다. 환자 한 명을 진료할 때 한 시간씩 대화하고 일일이 기록을 남긴다.


김 교수는 “두 나라의 의료 시스템을 모두 겪어본 의사로서 가장 부러운 것은 의료사고 배상 제도”라고 말했다. 캐나다 의사들은 CMPA(Canadian Medical Protective Association)라는 비영리 의료사고 보험 기관이 운영하는 의료 과실 보험에 의무 가입한다. 연 단위로 보험료를 내고 이용한 일이 없으면 상당 부분을 돌려받는다. 한국처럼 의사 본인의 과실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느라 몇 년씩 매달릴 필요가 없다. 김 교수는 “의료사고 위험이 큰 산과는 의사가 6000만 원 상당의 보험료를 내면 주정부가 약 80%를 돌려준다”며 “부작용이 두려워서 방어 진료를 하지 않으니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왜곡된 의료 시스템을 바로잡지 않은 채 의대 정원만 크게 늘린다고 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캐나다 의료가 한국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기형적인 의료수가 때문에 병원들이 값싼 인력을 쓰며 박리다매식 진료를 봐야 하는 현재 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는 “의사들이 초저수가의 기형적인 틀 안에서 ‘3분 진료’로 연명한 게 국민들에게 미움을 사게 된 원인일지도 모르겠다”며 “의사들이 국민과 정부의 신뢰를 잃어버린 점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몇몇 의사들의 말실수가 의사와 국민을 더욱 멀어지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그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꼼꼼히 살펴봤는데 바람직한 방향이 상당히 포함돼 있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고 무엇보다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보였다”며 “전공의·의대생이 돌아오고 필수·지역의료 분야에 지원하게 하려면 정부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구체적인 계획과 타임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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