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외친 이, 核보단 석유시설 노려"

◆이란과 전면전 임박…첫 표적은
"50년 만에 기회" 강력 대응 지지
석유시설 공격땐 이란경제 황폐화
유가 강세…원유 공급 차질 우려도
레바논 지상戰선 첫 전사자 나와

걸프만에 위치한 이란의 석유생산시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이스라엘이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나선 가운데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와 시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핵 시설 공격을 포함한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도 이란 경제에 치명적인 석유 시설에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원유 공급 차질에 따른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이란을 직접 공격할 준비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간 이스라엘과 이란은 직접적인 충돌 대신 친(親)이란 세력을 통한 대리전이나 국지전, 지도부 암살을 이어왔지만 이번에는 직접적이고 장기적이며 엄청난 비용이 드는 분쟁, 즉 전면전의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분석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전시 내각 회의 직후 이스라엘군(IDF) 본부에서 안보 책임자들과 별도의 회의를 갖고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이번 보복이 앞선 4월 이란의 1차 공격에 대한 보복 수준보다 훨씬 더 강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50년에 한 번뿐인 기회”라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고,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야 하며, 당장 이란 정권 자체를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이스라엘이 강력한 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요인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지도부 대부분을 암살했고 비축 무기의 상당수를 파괴한 만큼 이란 입장에서는 친이란 세력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란이 재보복에 나서더라도 이미 앞선 공격에서 대부분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방공망에 의해 요격된 만큼 기대만큼의 성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석유 생산 시설과 군사기지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란이 석유 시설에 피해를 입을 경우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이란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의 목표물은 재래식무기와 경제적인 측면, 핵 등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며 이 가운데 이란의 가장 취약한 석유화학 공장 등 인프라에 대한 공격은 어떤 공격보다 이란 국민들의 삶에 훨씬 더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격퇴한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지상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레바논 남부에 정예 병력을 추가 투입하고 수도 베이루트 일대에 대한 공습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첫 IDF 전사자가 나오며 하루 사이 군인 8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유가는 요동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1.12달러(1.13%) 오른 배럴당 71.23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유 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서치 업체 래피단에너지그룹의 밥 맥넬리 대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란산 원유 수출에 가해지는 피해와 그로 인해 상황이 어떻게 확대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일일 약 180만 배럴에 달하는 이란의 원유 수출이 중단될 경우 유가는 최소 배럴당 5달러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560만 배럴의 원유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등으로 원유 시장의 불안이 추가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