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오피스텔 BJ 살인' 40대男 징역 25년…살인 전과자였다

"피해자, 극심한 고통 속 생 마감…엄중한 처벌 불가피"


서울 은평구 한 오피스텔에서 본인이 후원해온 인터넷 방송인(BJ)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후 도주한 남성이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유사한 수법의 살인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배성중)는 살인, 재물은닉, 절도 등 혐의로 기소된 김 모(44) 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15년을 명령했다. 김 씨의 전처인 송 모(31) 씨에게는 도피를 도운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김씨의 항변 가운데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주장에 대해 “(피해자에게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이는 주장과 배치된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것은 법원이 심판하지 않는다는)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기소된 사실을 기준으로 유무죄를 판단했다”고 말했다. 확실한 고의 하에 이뤄진 살인 범행으로 의심되는 측면이 있지만 검찰이 기소한 사실에 포함되지 않아 더 따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김씨의 범행 전후 행적을 토대로 김 씨가 A씨를 살인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실을 통해 비춰보면 피해자의 돈을 갈취하려 했거나 (본인이 피해자에게 준) 선물을 돌려받으려다 다툼이 발생해 고의로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얼굴 전반에 출혈, 후두골격 골절까지 발생한 건 상당한 시간 강한 외력이 작용한 걸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전에 유사한 수법으로 살인한 전과가 있기 때문에 피고인은 목을 조르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범행 후 피고인은 피해자의 주거지를 두 차례 더 찾아 서랍, 보석함을 뒤졌고 피해자의 휴대폰과 아이패드, 카드, 신분증을 가져가고 금융계좌의 아이디, 비밀번호 등을 사진 촬영해갔다”며 “피해자 유품을 가져가 서울시내 곳곳에 계획적으로 은닉했으면서도 자기 행동을 반성하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죄책감 느낀다는 정황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며 절도와 재물은닉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김씨 측은 살인에 대해 “성관계를 맺다 저지른 단순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증거가 없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강압적 성관계 도중 세이프워드를 외치지 않아 목을 조르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했고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으며 유족, 지인들은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며 “확정적인 고의로 살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올해 3월 11일 오전 3시 30분께 서울 은평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여성 A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후 현금 등을 훔치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신입 BJ로 활동하던 A씨에게 약 1200만원을 후원해줬고, 지난 3월 초부터 여섯 차례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는 A씨를 방치한 채 도주했고, 범행 사흘 후 해당 오피스텔을 방문한 피해자의 지인이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김 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신고 다음날 구로구의 한 만화방에서 검거했다. 김 씨는 범행 직후 피해자의 집을 3차례 정도 오가며 사체 위에 물을 뿌리는 등 증거 인멸로 보이는 행위를 하거나 강도를 당한 것처럼 위장해 피해자의 물건을 서울 각지에 나눠 버린 혐의도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