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운명의 날'…"83만 원에 전부 매수" VS "법적 리스크" 격돌

영풍·MBK 연합 공개매수 종료 당일에
최 회장 측, 공개매수 최소 조건 삭제
"응모 주식 전량 83만 원 매수하겠다"
MBK 측 "배임 등 법적 리스크 있다"

최윤범(가운데)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불붙은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이 4일 분수령을 맞아 격화되고 있다. 영풍(000670)·MBK파트너스 연합이 시도 중인 공개매수 청약이 이날 종료를 앞둔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 최소 수량 조건을 없애며 회심의 견제구를 날렸다. 이에 영풍 측은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 시도가 고려아연 법인에 손해를 끼쳐 배임 등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반격 중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장 개장 직후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공개매수가인 75만 원을 돌파해 11시 30분 기준 76만 원을 나타내고 있다.


최 회장 측 “응모 주식 83만 원에 전량 매수”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배포하고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4일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돌입했다”며 “핵심은 단 1주라도 응모 주식 전량을 다 매수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털과 함께 이날부터 이달 23일까지 자사주 최대 372만 6591주(발행주식총수의 18.0%)를 공개매수한다. 공개매수가는 영풍·MBK 연합 측 제시안보다 8만 원 높은 83만 원이다.


최 회장 측이 최소 매입 공개매수 조건을 없앤 것은 이번 지분 매입 다툼에서 확실히 우위에 서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소 매입 공개매수 조건이란 공개매수 청약에 응모하는 주식 수가 일정 지분을 넘겨야 공개매수를 실행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목표 지분이 5.00%이면 이보다 많은 지분의 주식이 청약해야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청약 응모 지분이 5.00%에 미달하면 공개매수를 진행하지 않는다. 이 조건을 없애면 지분율 합과 상관없이 응모 주식 모두를 매수할 수 있다. 최대 매입량인 372만 6591주까지는 최 회장 측 공개매수에 응하는 주식을 모두 83만 원에 매입하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은 이달 2일까지만 해도 전체 공개매수 응모 주식 수가 지분 5.87%에 미달하면 공개매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4일 장 개장 이전까지 고려아연 주가는 70만 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최소 매입 공개매수 조건이 남아 있으면 최 회장 측 공개매수에 응하는 주주에게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주주 입장에서는 최 회장 측이 승리하지 못하면 주식이 묶인 채 영풍·MBK 측이 제시한 주당 75만원에 매도할 기회조차 날릴 수 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이 조건 없이 주식 매입에 나서게 되면 주주들은 당장 주식을 주당 83만 원에 팔 수 있어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



김광일(가운데)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전의 날’ 주식은 75만 원 넘겨

4일은 지난달 시작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청약이 끝나는 날이다. 이날 주가가 영풍·MBK 연합이 제시한 75만원을 밑돌면 이들이 공개매수를 성공시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현 주가보다 영풍·MBK 연합 측 공개매수가가 높은 만큼 청약에 응해 더 높은 차익을 거두는 것이 주주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주가가 75만 원보다 높으면 투자자들이 공개 매수에 응할 유인이 부족해진다. 영풍·MBK 연합은 청약에 응하는 주식 수가 144만 5036주(6.98%)를 넘겨야 공개매수를 진행할 수 있다.


고려아연 주식은 코스피 시장에서 오전 11시 30분 현재 전 거래일(종가 기준) 대비 6.6% 상승한 주당 76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장 개장 직후 70만 원 초반대에서 75만 원 이상으로 뛰어 오른 후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영풍·MBK의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은 이날 오후 3시 30분까지 주관사인 NH투자증권 오프라인 지점 또는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본래 종료일은 오는 6일이지만 5~6일이 주말어서 실질적인 청약 마감일은 이날이다.


이대로 주가가 75만 원 이상을 유지하면 영풍·MBK 연합도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 공개매수가를 높일 수 있고 최소 매수 수량 조건을 없애거나 낮출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공개매수 기간에 조건을 수정하면 공개매수 기간이 10일 연장돼 양측의 공개매수 대전은 연장전으로 이어진다. 다만 MBK파트너스가 실패할 수도 있는 지분 쟁탈전에 조 단위 실탄을 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일지. 서울경제DB

영풍·MBK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법적 리스크”

영풍·MBK 연합은 최 회장 측 공개매수의 법적 리스크를 강조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최대 7% 고금리 2.7조원 단기차입으로 주당 83만원에 자사주를 취득하겠다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는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커다란 금전적 손실을 끼치고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배임 행위”라는 입장문을 3일 배포했다. MBK파트너스는 이어 “2.7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이 가능하려면 주주총회를 먼저 개최해 배당가능이익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나 그러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대규모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강행하고자 하는 점 또한 상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했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중단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절차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이들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중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이 2일 기각됐지만 재차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행위의 내용(가격, 수량, 방법)에 대해서는 1차 가처분에서 심리된 바가 없으며, 2차 가처분에서 그 위법성을 판단 받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는 지난 2일 기각된 가처분과 별도의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2차 가처분이 앞선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재탕'”이라며 법적 리스크를 불식시키러 하고 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2차 가처분의 주요 쟁점인 ‘배당가능이익 한도’에 대해 “고려아연은 법적으로나 회계적으로 분명하게 6조원 이상의 배당 가능 이익이 있으며 이를 통한 자사주 매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전량 매수는 공식적인 공시 사항이며 금감원 신청 및 이사회 승인 사항”이라며 “고려아연은 이사회 승인에 따라 또 금감원 신청서와 공고에 나온 대로 전량 매수하겠다는 점을 명백히 확약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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