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업을 중단·종료한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이용자 자산 반환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국회와 금융당국, 업계가 발 벗고 나섰다. 가상자산에 대한 한국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가상자산법)의 공백을 메우고 자산 반환을 위한 별도 전담 기구를 마련한다. 당국도 이에 발맞춰 가상자산 발행과 공시 등을 담은 가상자산 2단계 법안도 조속히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4일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자산 돌려받기’”라고 밝혔다. VASP가 연달아 폐업하자 기업에 맡긴 자산의 반환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VASP로 등록된 22개 코인마켓 거래소 중에서 현재 운영되는 거래소는 절반에 불과하다. 거래소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제공하던 헤이비트도 이달 25일부터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일부 사업자는 이용자 자산 반환 과정에서 잡음도 생겼다. 지난 7월 서비스를 중단한 지닥은 출금 지원 기간인 8월 17일까지 이용자가 출금하지 않으면 자산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금융위원회의 ‘VASP 영업종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VASP가 영업을 종료하면 최소 세 달 이상 영업 때와 같은 방식으로 예치금·가상자산의 출금을 지원해야 한다. 7월부터 시스템 점검을 이유로 거래소 서비스를 중단한 플랫타익스체인지도 출금이 지연되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진 바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한국에서 거래된 가상자산 규모는 약 13억 달러(173조 원)로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1위다. 가상자산에 대한 한국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당정과 업계도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가상자산 거래소가 파산했을 때 이용자 자산을 보호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사업자가 가상자산을 상계·압류하지 못 하도록 명시해 (사업자가 파산할 경우) 이용자에게 가상자산이 우선 지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은 사업자가 이용자의 예치금을 보호하도록 했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보호 수단은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도 지난달 25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추진한 ‘디지털자산보호재단’ 설립을 허가했다. 디지털자산보호재단은 사업자에게서 받은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하고 이용자에게 반환하는 역할을 맡는다. 재단은 이르면 이달부터 영업 종료 가상자산 거래소와 자산 이전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재무 상황 악화로 영업을 종료한 거래소에 인력·비용을 투입해 자산을 반환할 것을 기대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재단을 통해 영업 종료 거래소 이용자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혼란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닥사 관계자는 “현재 설립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재단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은 설립 이후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정은 투자자 보호 위주의 가상자산법 보완을 시작으로 발행·공시 등 시장 규율 체계를 담은 2단계 입법을 서두를 예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6일 VASP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1단계 가상자산법과 자율규제의 시행 경과, 국제적 규제 동향을 살펴 정책당국과 2단계 법안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정과 업계가 이용자 자산을 반환하는 것을 계기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공시와 발행 규제도 이용자 보호를 위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2단계 입법을 서둘러 투자자 보호와 업계 성장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