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자인데…인권위 권고에도 경희대 부속기관 "전보 철회 불수용"

성희롱 피해자 비방 메일 발송
갈등 심해지자 피해자 전보 조치
인권위 권고…"성희롱 무관" 불응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전보 조치 철회를 요청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경희대 부속기관이 불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경희대 부속 A 기관장에게 성희롱 피해자이자 진정인 B 씨에 대한 전보 조치를 철회할 것을 권고했으나 올해 7월 최종적으로 불수용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권고에 앞서 2022년 A 기관 내에서 공식 이메일을 통해 B 씨를 비방하고 성희롱 행위자를 옹호하는 문건을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발송하는 일이 발생했다. A 기관 내부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자 직원들은 B 씨에 대해 고충을 제기했고, 이는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제출돼 고충 처리 명목으로 B 씨에 대한 전보 조치가 이뤄졌다.


A 기관은 향후 유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하는 조치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B 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이 같은 A 기관의 조치가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불이익을 준 행위라고 보고 시정 권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B 씨에 대한 전보 조치 철회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2차 피해 예방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A 기관은 권고 직후인 지난해 10월 “노사협의회 등의 절차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올해 3월 돌연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A 기관은 올해 3월 인권위에 “노사협의회에서 B 씨에 대한 전보 조치는 성희롱 사건과 무관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는 이유로 당장 철회하기는 어렵다”며 “추후 노사협의회 및 인사위원회에서 재논의하겠다”고 회신했다. 이후 A 기관은 7월 노사협의회 내용을 근거로 최종적으로 ‘불수용’ 입장을 전했다.


인권위는 “A 기관이 성희롱 2차 피해 예방 교육을 이수해 인권위의 권고 중 일부는 수용했다”면서도 “인권위의 성희롱 2차 피해 결정을 부인하고 전보 조치를 재논의하겠다는 입장마저 번복하는 등 B 씨의 피해 회복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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