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전쟁이 레바논 침공을 넘어 이란과의 전면전 위기로 치달으면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가자전쟁은 하마스는 물론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등 ‘저항의 축’으로 전선이 넓어지면서 이스라엘 건국 이래 최악의 전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무리하게 끌고 오면서 경제가 붕괴 직전으로 내몰렸고 가자지구는 재건이 불가능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3일(현지 시간) 타임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대(對)이란 보복 공격을 앞두고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상대로 동시다발적 공격을 이어갔다. 이스라엘이 9월 30일 레바논으로 지상군을 투입한 다음 날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180여 기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사실상 ‘5차 중동전’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따른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핵 시설과 석유 시설 공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중동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현지 관리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은 이란의 석유 시설을 먼저 공격할 계획이고 만약 이란이 반격을 가한다면 이란의 핵 시설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자전쟁 1년을 맞이하면서 피해는 이미 역대 중동전쟁의 규모를 뛰어넘었다. 기간으로는 10개월간 치러진 1차 중동전쟁을 넘어서 역대 중동전쟁 기간을 모두 합친 기간을 돌파했고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망자 규모도 최악의 피해로 기록된 3차 중동전쟁 당시 1만 9000명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날 기준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자 수만 4만 1788명에 달한다. 2008년 이래 가자 지역 분쟁으로 발생한 사망자 수의 10배 규모다. 설상가상 레바논 공습과 지상전이 본격화하면서 인명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자전쟁은 이스라엘 건국 이래 벌어진 모든 전쟁의 규모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가자지구가 이미 회생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진단도 나온다. 인구의 95%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으며 물과 식량, 의약품 보급이 끊기면서 생존 위기 상황에 내몰렸고 가자지구 주택의 70%가 파괴된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 전역에 4200만 톤 이상의 잔해가 쌓여 있으며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데 80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전쟁 장기화는 이스라엘 경제에도 위기를 몰고 왔다. 이스라엘 재정 적자는 8월 기준 121억 세겔(약 4조 2423억 원)로 국내총생산(GDP)의 8.3%에 달했다. GDP 대비 재정 적자는 전달(8.0%)보다 심화했으며 올해 연간 목표치(6.6%)를 크게 웃돈다. 1년에 걸친 전쟁 지출은 약 255억 달러(약 34조 91억 원)에 달한다. 재무부는 내년 말까지 전쟁 비용이 670억 달러(약 8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 인구가 대거 예비군으로 소집되면서 노동력 고갈도 심화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에서 약 28만 7000명이 징집됐다”며 “인구 1000만 명 미만의 국가에서 엄청난 숫자”라고 짚었다.
나라 안팎에서 무리한 전쟁 강행에 대한 비판이 빗발치고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율을 회복하는 등 정치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38%를 기록하며 라이벌인 베니 간츠(29%) 국가통합당 대표를 큰 격차로 앞질렀다. 지지 여론을 등에 업은 네타냐후 총리는 이미 장기전 준비 태세 전환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정책포럼(IPF)의 마이클 코플로는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인들을 문자 그대로의 지옥에서 구해낼 기회를 잡을 의향이 없다”며 “당장 총리직을 잃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의 외교 전문 잡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가자지구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작전이 계속될 경우 이스라엘의 경제는 계속 악화될 것”이라며 “세계에서의 위상은 새로운 최저치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