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의 국내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대다수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오전 1시께 30대 탈북민 A씨가 한밤중에 마을버스를 탈취해 몰고 통일대교를 건너 북한으로 가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통일대교에서 검문소를 마주했지만 차선을 바꿔 역주행 돌진했고 바리케이드를 들이받은 뒤에야 멈춰섰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남한 생활이 어려워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A씨는 2011년 가족을 북한에 남겨두고 홀로 탈북한 뒤 최근까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했다. A씨는 파주 등을 돌며 일용직을 전전했지만 형편이 좋지 않았고 미납한 벌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시 음주나 마약 상태는 아니었다.
경찰은 A 씨의 차량 절도 혐의 외에 국가보안법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다.
4일 탈북민 B(29)씨는 이 사건에 대해 “북으로 돌아가는 꿈을 수십 번도 더 꾼다”며 “북에 가족을 두고 온 비슷한 처지로서 이번 사건이 많이 공감됐다”고 말했다.
탈북민은 지난 6월 말 기준 3만4183명이다. 국내 유입은 2021년 63명, 2022년 67명, 2023년 196명, 올해 6월까지 105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통일부의 지원 예산은 지난해보다 44억7500만원 감소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10월 31일 발간한 ‘서울시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삶의 질 실태조사와 정책방향’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거주하는 탈북민의 37.7%가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저임금이다. 탈북민 지원 공공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민 64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탈북민의 평균 임금은 일반 국민보다 평균 62만6000원 적었다.
전문가들은 탈북민에 대한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월북 시도 사건은 수많은 탈북민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들이 남한에서 자립할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현재 정부의 탈북민 지원 정책보다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