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임박했다. 그 주인공이 누가 될지를 두고 전 세계 과학계의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역대 수상자 통계를 기반으로 북미 출신의 50대 남성 연구자들이 노벨상 수상에 유리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5일 네이처가 646명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의 수상 연령, 성별, 출신지 등 특징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상자들의 평균 나이는 58세이다. 수상자가 가장 많은 나이는 54세다. 20~30대에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평균 29년이 흐른 시점에 노벨상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다만 25세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로렌스 브래그나 최고령인 97세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존 구디너프 같은 예외도 있다.
출신지별로는 미국을 포함한 북미가 54%로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유럽 출신 연구자가 수상자 비중 2위에 올랐으며 중저소득 국가 출신의 수상자는 10명에 그쳤다. 네이처는 북미와 유럽처럼 과학 발전이 빨랐던 선진국이 노벨상 수상자를 중심으로 한 과학계 네트워크가 견고하게 구축됐고 그 안에서 새로운 연구성과가 배출되기 유리해졌다고 분석했다.
노벨상 수상자의 제자는 스승의 연구 노하우와 인프라, 또 스승의 학계 추천 덕에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가령 190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존 스트럿의 제자 조셉 톰슨 역시 상을 받았고 사제 관계로 연결된 학문적 계통을 타고 내려가면 총 228명의 수상자가 스트럿의 ‘학계 후손’이라는 설명이다. 네이처는 노벨경제학상을 합쳐 지난해까지 총 736명의 수상자 중 702명이 계통을 거슬러올라가면 이처럼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 수상자는 20세기를 통틀어 11명에 그쳤다. 21세기 들어서는 15명을 배출하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연구분야는 입자물리학, 세포생물학, 원자물리학, 신경과학, 분자화학 순으로 노벨상 수상 비율이 높았으며 3이 5개개 분야를 합쳐 절반 이상의 비율을 차지했다.
네이처는 노벨위원회 위원들이 “분야와 성별, 국적에 대한 수상자 선정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선정 절차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올해 수상자 유력후보를 가늠할 수 있는 제3기관의 선정결과도 최근 잇달아 발표됐다. 미국의 노벨생리의학상으로 불리는 래스커상 수상자로는 비만약 개발 주역인 조엘 하베너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교수, 스베틀라나 모이소브 록펠러대 교수, 로테 비에레 크누센 노보노디스크 최고과학고문이 선정됐다. 이들은 위고비 등 ‘지엘피(GLP)-1’ 기반 비만 치료제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다른 ‘노벨상 족집게’로 꼽히는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의 ‘2024년 피인용 우수 연구자(2024 Citation Laureates)’ 명단에는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됐다. 클래리베이트 피인용 우수 연구자는 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선정된 피인용 우수 연구자 중 75명이 실제로 노벨상을 받아 10% 중후반대 적중률을 자랑한다.
허사비스 CEO는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들은 2016년 이세돌 9단을 이긴 바둑 AI 알파고를 개발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데 이어 최근에는 단백질 분석 AI ‘알파폴드’를 고도화하는 중이다. 5월 최신 모델인 ‘알파폴드3’를 선보인 데 이어 이달 초 단백질 설계까지 가능한 ‘알파프로티오’까지 공개하며 AI 신약 개발 시장에서 주도권 굳히기에 나섰다. 허사비스 CEO는 5월 “수년 내 AI가 처음 설계한 약이 환자에게 투여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다음달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순으로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