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 시험에서 떨어진 응시생이 높은 과락률과 채점 시스템 관리 부실 등을 이유로 “불합격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시험 자체에 절차적 하자가 없고 채점의 경우 재량 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A씨가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에서 올 7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22년 제10회 행정사 제2차 시험 일반행정사 분야에 응시했다. A씨는 합격점수인 평균 52.52점을 넘었으나, 행정사실무법 과목에서 과락점수인 40점에 미달한 37점을 받아 불합격했다. 이에 A씨는 공단이 감사원과 고용노동부의 감사 결과와 달리 채점 리포팅제(채점 물량의 10%를 선채점한 후 오류 및 특이사항이 있는 경우 채점을 보완하는 점검체계)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채점을 해 응시자 대다수가 떨어졌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응시했던 시험에서 행정사실무법 과목의 평균은 31.48점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응시자 과락률은 70%에 달했다.
앞서 감사원은 2021년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 제2차 시험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출제문제 검증체계 미흡 및 채점기준의 임의 변경 등으로 채점 부실이 발생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채점 리포팅제를 도입해 시험 출제와 채점 개선을 추진했다. 지난해에는 정기기사·산업기사 실기시험의 답안지가 채점 전에 파쇄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한 감사를 통해 체계적 환류 시스템의 미흡을 지적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 결과만으로 행정사 시험이 잘못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고용노동부의 감사에 대해 “공단이 시행하는 약 530여개의 자격시험 운영 전반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며 “시험 관련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점에 대해 기관경고 조치를 취했다는 점만으로 채점 과정에 하자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행정사실무법 과목이 자의적으로 출제돼 과락률이 높았다는 A씨의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채점위원은 시험의 목적과 내용 등을 고려해 법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전문적인 지식에 근거해 독자적 판단과 재량에 따라 답안을 채점할 수 있다”며 해당 과목의 채점위원이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채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