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3만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문성이 법률 시장 내 중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경쟁 심화로 변호사는 물론 각 법무법인(로펌)이 지닌 경험·노하우 등이 향후 소송의 성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국내 법률 시장에서 전문성을 무기로 새 출발하는 로펌(변호사)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본다.
“어떤 사건이든 피해자·피의자 모두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이는 검사 재직 때부터 줄곧 지니고 있던 생각입니다.”
권찬혁(사법연수원 35기) 법무법인 에프앤엘파트너스(F&L Partners) 대표 변호사는 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향후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부분으로 ‘신뢰’를 꼽았다. 의뢰인과 믿음이라는 굳건한 관계가 형성돼야 거짓 없는 소통이 가능하고, 이는 곧 억울함이 없는 사건 해결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는 권 대표 변호사와 박경섭(35기)·김현수(36기) 대표 변호사가 에프앤엘파트너스를 설립하는 근간이 됐다. 에프앤엘파트너스는 대학 재학 시절 사법시험을 함께 준비했던 이들 세 명의 대표 변호사가 상호 믿음을 근간으로 의기투합해 설립 중인 곳이다. 앞서 2015년 변호사의 길로 발을 디딘 김 대표 변호사에 이어 권찬혁·박경섭 대표 변호사가 검찰에서 퇴직·합류하면서 근간을 만들었다. 여기에 소속 변호사(어쏘 변호사) 6명을 뽑으면서 인력 구성을 완료했다.
박 대표 변호사는 “(3명의 대표 변호사의) 인연이 시작된 건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말 그대로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펌 내 구성원은 물론 의뢰인과 믿음이 구축돼야 진실된 변론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법률 시장에서 신뢰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로펌으로 발돋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에프앤엘파트너스가 향후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금융·증권·기업·강력 등 사건이다. 이들이 해당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이들이 검찰에서 근무한 기간이 44년에 이를 정도다. 실제로 권 대표 변호사는 검찰 퇴직 전까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을 역임했다. 지난 3월에는 158억원 상당의 불법 공매도 혐의로 홍콩 HSBC 법인과 트레이더 3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는 2021년 불법 공매도 형사처벌 규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신설된 후 무차입 공매도 혐의로 글로벌 투자은행(IB)를 기소한 첫 사례였다. 카카오엔터 관련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사건도 그의 손을 거쳤다. 박 대표 변호사의 경우 자타가 인정하는 ‘강력통’이다. 그는 검사 재직 시절, 17세 여고생을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나주 드들강 살인사건’의 진범은 물론 배우 송선미씨 남편 살인 사건이 우발이 아닌 상속을 둘러싼 계획 범죄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또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 마약 과장으로 재직하면서 ‘e 드러그 모니터링 시스템’은 물론 ‘치료·재활 모델 참여를 조건으로 한 기소 유예 제도’도 도입했다. 김 대표 변호사도 검사 재직 시절 강력 마약 전담·특수·첨단범죄 등 각종 사건을 경험했다.
권 대표 변호사는 “금융·증권·기업·마약 등 사건을 중심으로 향후에는 기업 자문·컨설팅, 인수합병(M&A) 등까지 분야를 확대해 나갈 생각”이라며 “업무 영역을 넓혀가는 데 따라 우수 인재 확보에도 적극 나서 앞으로 30~4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성과 신뢰를 선봉으로 국내 법률 시장에서 작지만 강한 ‘강소 로펌’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