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을 자기자금으로?"…고려아연 공개매수신고서 논란 [시그널]

'자기자금'과 '차입금' 구분해 공시해야 하는데
사모사채로 조달한 1조, 자기자금 항목에 포함
현대지에프홀딩스는 CP 2000억 차입금 공시
금융당국, 정정 공시 요청 나설지 관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010130)이 공개매수에 투입하겠다고 공시한 자기자금 1조5000억 원에 사모사채 발행액 1조 원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공시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공시 정정을 요청하고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주식 취득자금 조성 내역을 공시할 때 '자기자금'과 '차입금'을 구분하도록 하고 있다. 자기자금은 최종적인 자금의 귀속 주체가 본인 또는 특별관계자인 경우로서 근로소득, 사업소득, 증여·상속받은 현금, 영업이익 등이 해당한다. 차입금은 그 외 자금의 최종 귀속 주체가 본인이 아닌 모든 경우다.


고려아연은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사모 회사채 발행 등으로 1조 원 이상을 조달 완료했고, 이는 이미 현금으로 법인 계좌에 들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기자금으로 기재했다는 입장이다. 자기자금은 출처가 무엇이든 '이미 확보한 자금', 차입금은 '앞으로 빌릴 돈'이라는 것이 고려아연측의 생각이다.


회사채·기업어음(CP)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공개매수대금의 자기자금으로 기재해도 되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인 법령이나 규정은 없으나,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을 CP 발행으로 조달하면서 '차입금'으로 기재한 사례는 이미 있다. 올해 4월 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홈쇼핑 공개매수에 나설 때 BNK투자증권에서 CP 발행으로 조달한 2000억 원을 전액 공개매수대금으로 썼고, 이를 모두 '차입금' 항목으로 공시했다. 이 때도 CP 발행이 완료돼 2000억 원 전액이 법인 은행 계좌에 예치된 상태였다.


이 같은 논란이 발생하는 건 1조5000억 원을 자기자금으로 기재하면서 투자자들은 마치 1조5000억 원의 실탄이 더 있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자금 2조7000억원이 금융기관 단기 차입(1조7000억 원)과 사모사채 발행(1조 원) 등 2조7000억 원 전체여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빚내서 자사주 매입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실상은 자기자금에 회사채 발행금액을 포함시킨 것으로 밝혀지면서 고려아연의 동원 가능 자금력도 시장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시 작성 경위에 대해 고려아연과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모두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6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우 견미리 남편 A씨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취득자금 조성 경위에 관한 공시는 회사의 경영이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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