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겸 정신의학과 전문의 양재웅 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발생한 환자 사망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당하는 인원이 매년 3만 명 안팎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의료기관에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입원(비자의 입원)된 환자는 3만1459명에 달했다.
국가입퇴원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비자의 입원 환자' 수는 2019년 3만5294명, 2020년 2만9841명, 2021년 3만272명, 2022년 2만9199명 등으로 매년 3만 명 안팎 수준을 기록 중이다.
환자 본인이 입원을 원하지 않는 비자의 입원에는 보호자 2인의 동의하에 이뤄지는 '보호 입원(강제입원)'과 보호자가 연락되지 않을 때 진행되는 행정 입원 등이 있다. 보호 입원은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에 의거해 환자가 원치 않아도 보호의무자 2인 이상의 신청과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 있으면 2주간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킬 수 있다. 이 기간 서로 다른 정신병원에 소속된 정신과 전문의 2인 이상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입원 연장이 가능하다.
반면 '행정입원'은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해 이뤄진다.
정신건강복지법 제44조는 위험성 있는 인물에 대한 진단·보호를 신청받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정신과 전문의에게 진단을 의뢰해 정확한 진단 필요성이 인정되면 정신병원에 진단입원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2주 내에 정신과 전문의 2인 이상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입원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은 동일하다.
현행 제도는 자칫 인권침해나 정치적 사유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작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는 미흡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시장·군수·구청장 등에 의한 행정입원 제도를 종합적으로 재점검하는 한편,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적 논란을 해소하는 동시에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사법입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대두된다. 영연방 국가의 준사법기구인 '정신건강심판위원회'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신건강심판위원회 지역의 판사와 정신과 전문의, 이송 인력 등이 위원회를 이뤄 심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김 의원은 “매해 수만 명이 비자발적으로 정신병원에 사실상 강제입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정치적 의도나 재산분쟁·가정불화 등의 원인으로 치료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강제입원이 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며“시장 등 지자체장에 의한 행정입원제도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점검과 함께, 흉악범죄 가능성이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및 격리제도가 적법절차에 따라 실효성 있게 운용될 수 있도록 보다 정밀하게 규정과 절차를 점검하고 종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