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비관적인 평가와 전망 속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장중 5만원대까지 추락하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는 8일로 예정된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4일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700원(1.14%) 내린 6만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에는 장중 5만9900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5만 전자’를 터치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최근의 주가 부진은 반도체 업황 고점론과 경쟁사에 비해 한 발 늦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입, 3분기 실적 우려에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잇따른 비관론이 겹친 탓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삼성전자의 메모리 부문 업황 악화를 이유로 목표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내려잡았고, 글로벌 금융그룹 맥쿼리 역시 메모리 부문의 수요 악화를 근거 삼아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맥퀴리는 삼성전자 목표가를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까지 내렸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금융사 서스케하나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고, 목표가를 5만5000원까지 낮추기도 했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삼성전자에 대해 비관적인 평가를 내린 가장 큰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과잉에 따라 판매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여기에 기대를 모았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엔비디아 납품 지연 등으로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밖에 주요 고객사들의 부족한 수요로 태일러 팹(생산공장)이 유휴자산이 될 가능성이 커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이같은 위기감 속에 삼성전자 주가는 임원들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에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주가는 고점을 찍었던 지난 7월 8만8800원 대비 30% 이상 떨어진 상태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에만 삼성전자를 8조6200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하락세에 불을 붙였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오늘 8일로 예정됐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42.64% 증가한 10조 7717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도 앞다퉈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증권사는 19곳이다. 이 가운데 BNK투자증권은 목표가를 8만1000원으로 가장 낮게 잡았다.
신한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목표가를 기존 11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낮췄고, SK증권은 기존 12만원에서 8만6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키움증권은 기존 10만원에서 9만원으로, NH투자증권은 기존 12만원에서 9만2000원으로 목표가를 각각 하향 조정했다.
국내 증권사들 역시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서버 인프라 투자에서 뒤처지고 있고, 반도체 다운 사이클에 취약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외국계 금융사들의 우려는 너무 나간 면이 있고, 이미 모든 악재가 주가에 반영된 만큼 최근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으로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부진했던 낸드 수익성도 가격 반등으로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며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하며 최근 주가는 실적부진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반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