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연이어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를 표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다수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000660)를 추천주로 제시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 있어서 여전히 독점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들은 이밖에 미국의 생물보안법의 수혜가 예상되는 제약업종도 투자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SK하이닉스를 추천 종목으로 제시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6일 모건스텐리가 목표가를 절반 이상 낮추면서 15만 원대까지 추락했지만, 마이크론의 호실적 발표로 단숨에 17만 원선까지 회복했다. HBM 공급 과잉 우려가 누그러들자 시장은 안도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의 수요가 “엄청나다”고 발언한 것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지난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도 D램 3사(삼성전자·마이크론) 최초로 양산에 돌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이번 3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던 2018년 3분기의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이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도 추천주로 꼽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2021년 이후 ‘2차전지주 랠리’를 불러왔듯이 생물보안법이 ‘바이오주 랠리’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법안이 제정될 때 산업의 판도가 바뀐다”며 “특히 셀트리온은 짐펜트라가 미국에서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 등재되면서 향후 매출 증가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미국의 생물보안법은 이르면 연말 내 초당적 지지로 상원을 통과해 대통령 서명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기업 ISC(095340)를 투자 유망 업종에 새로 이름 올렸다. ISC는 최근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해 새로운 신경망처리장치(NPU) 반도체 테스트 소켓을 출시했다. NPU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비해 전력 효율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전력 비용을 줄이기 위해 AI 주문형반도체(ASIC) 도입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이밖에 하나증권은 KB금융(105560)과 HK이노엔(195940)을 추천주로 꼽았다. KB금융은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는 빠졌지만, 시장은 지수 편입보다는 주주가치 제고 노력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KB금융은 이달 중 밸류업 공시를 할 계획이다. HK이노엔의 경우 핵심 제품인 ‘케이캡(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의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 등의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