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008930)가 느닷없이 박재현 한미약품(128940) 대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이사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임시주주총회에서 제안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업무방해 진상조사를 계기로 형제 측이 ‘급발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7일 제약·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2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약품 임시 주총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30일 박 대표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의 직위 해임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한 지 이틀 만에 법원으로 달려간 것이다.
업계에서는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독단적으로 박 대표를 해임하려는 시도가 절차 위반 뿐 아니라 일종의 보복성 행위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달 27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이사회 개최 전 이사들에게 ‘한미사이언스의 한미약품에 대한 부당한 경영 간섭 해결 요청’ 취지가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 대표의 승인 없이 약품 임원을 채용해 급여를 지급한 사례, 한미약품 대표 명의로 인사발령을 했으나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거부한 사례, 사업 추진 예산을 막은 사례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과 체결한 업무 위탁 계약을 따르지 않아 피해가 크다고 호소했다.
이에 27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박 대표의 이메일 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 여기고 감사위원회에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진행됐다. 계열사 업무를 지원해야 할 지주회사가 핵심 사업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 행위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말이 지나 30일 임종훈 대표는 갑자기 박 대표 해임 등을 위한 한미약품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하는 공문을 한미약품에 발송했다. 새로운 이사로는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추천했다. 하지만 임시 주총 소집 청구는 27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고 당연히 결의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박 대표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지난 이사회에서 임종훈 대표에 대한 감사위 조사 문제가 다뤄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박 대표 해임을 시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역시 이사회 권한을 침해 당해 조만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신 회장과 송영숙 한미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 3자 연합이 제안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는 다음 달 28일로 예정됐다. 주총에는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 안건과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된다. 둘 다 통과되면 이사회 구조가 모녀 측과 형제 측이 6대5가 돼 3자 연합이 경영권을 차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