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서기 전에…배민, '차등 수수료' 꺼냈다

매출 별로 나눠 수수료 차등 부과
현행 9.8%보다 낮게…최저 2%대
오는 8일 6차 회의에서 본격 논의

배달의민족 라이더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와 여론에게 중개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는 배달의민족(배민)이 정부 상생협의체에 '차등 수수료'를 골자로 하는 상생안을 제시했다. 비판 여론이 심해지자 한 발 물러나 입점 업체의 요구안을 수용한 것이다. 상생안은 업체의 매출액에 따라 수수료율을 차등적으로 책정해 최저 2%대까지 낮추는 방안으로, 난항을 겪던 상생협의체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최근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 수수료 인하 방안을 담은 상생안을 제출했다. 상생안은 앱 내 배달 매출액별로 입점업체를 분류해 매출이 낮은 하위 사업자들은 현행(9.8%)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겠다는 ‘차등 수수료’가 핵심이다. 배민은 최저 2%대까지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생안은 오는 8일 열리는 6차 상생협의체 회의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상생협의체는 배달앱 운영사와 입점 업체 등 자영업자가 합리적인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7월 정부 주도로 출범한 뒤 지난 달 24일까지 다섯 차례 회의를 마쳤다. 하지만 입점 업체들은 수수료 인하 혹은 매출에 따른 배달 수수료 차등을 주장해 왔으나 플랫폼 업체들은 이를 거부하며 합의안 도출에 난항을 겪었다.


배민 관계자는 “6차 상생협의체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며 “매출 별 수수료율 등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협상 기한 마감이 임박한 가운데 배민이 상생안을 내놓으면서 쿠팡이츠와 요기요 등 다른 플랫폼 앱 역시 이와 유사한 수준의 상생안을 낼 것으로 관측됐다. 논의의 핵심으로 꼽히던 수수료 인하 내용이 담긴 만큼 상생협의체 논의에도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는 배달의민족이 검토하고 있다는 차등 수수료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자영업자 단체와도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전날 KBS에 출연해 “입법을 통한 제도적 개선보다는 당사자가 상생을 통해서 합리적인 안을 내는 게 최선”이라며 “상생협의체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달까지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정부가 직접 나서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배달앱이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이중 가격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조사 중”이라며 “경쟁 제한 요건이 충족되며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배민의 차등 수수료 상생안에 대해 일부 자영업자들은 우려감을 표명했다. 매출과 이익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영업자 관계자는 “매출이 높다고 이익이 많이 남는다고 볼 수 없다”며 “매출 별 분류 대신 보다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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