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인 A씨는 지난 추석 연휴 광주송정역을 거쳐 전남 보성군 벌교역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매 직전 벌교역에 가려던 계획은 취소해야 했다. 기차 승하차 시 ‘휠체어 도우미 서비스’를 통해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벌교역엔 해당 서비스가 운영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교로 가는 시외버스에도 휠체어리프트 설비가 없었다. A씨는 “지방을 갈 때 버스보다 기차가 낫지만, 그마저도 역의 휠체어리프트 여부를 매번 미리 확인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7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기차역 59개 역은 휠체어리프트가 아예 없었다. 각계·개포·몽탄·무안·봉화·석불·오산·청주공항·추풍령·화순 역 등으로, 이용자 수가 극히 적다는 게 이유다.
이들 59개 역 중 27개 역은 직원이 없는 무인역이었고, 나머지 32개 역엔 직원 1~2명이 상주하고 있었다. 코레일 측은 “직원이 적다 보니 휠체어 도우미 서비스를 병행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통약자가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두 명 정도의 직원이 설치·보조하는 게 일반적이다.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휠체어 리프트 미배치 역에서 관련 불편 민원이 없었다는 게 코레일 측 입장이다. 교통약자가 미배치 역 승차권 구입 시에는 휠체어 승하차 설비가 없음을 사전에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해 문의를 주면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인근 역을 이용하도록 안내한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휠체어 리프트가 없는 역은 아예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황당해 하고 있다. 한 장애인 센터 관계자는 “비용·인력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예산 대책을 세워 언제까지 설치하겠다는 계획 등이 있어야 한다”며 “아예 설치하지 않겠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그간 코레일은 “교통약자의 열차 이용 편의를 위해 관련 시설을 늘리겠다”고 약속해왔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도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 여객시설·도로에 이동편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휠체어 리프트도 포함된다.
코레일은 고속철도인 KTX 정차역에서만 휠체어리프트를 전부 운영하고 있고,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의 정차역에서는 휠체어리프트 설치가 부족한 실정이다. 김 의원은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은 고사하고 다른 역을 이용하라 안내하는 것이 코레일의 현 모습"이라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자유롭게 기차역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국격에 걸맞은 시스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