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운드리 사업 분사에 관심 없어"…분사설 일축

■이재용, 파운드리 분사설 일축
필리핀서 "파운드리 사업 성장 갈망해"
분사에 대해 공식 언급한 건 처음
삼성전기 필리핀 MLCC 공장 방문
AI·전기차發 전장 수요 급증에
미래사업 전략 살피고 대응 당부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 법인을 찾아 MLCC 제품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

필리핀 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사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고객사 수주 부진과 실적 악화로 분사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파운드리 육성 의지를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회장은 삼성전기(009150) 필리핀 공장을 찾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업에서 인공지능(AI)·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7일 이 회장은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로이터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을 분사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갈망(hungry)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회장이 파운드리 사업 분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2019년에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적이 있다. 2021년에는 기존 계획에 38조 원을 더해 171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삼성 파운드리는 3㎚(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율 및 수주 부진을 해결하지 못해 라이벌인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신 파운드리 설비가 모여 있는 평택 사업장과 신규 공장인 테일러 팹의 투자 속도와 가동률을 조절하고 있다. 아예 삼성전자에서 파운드리를 분사해 고객사와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파운드리 분사설을 일축하면서 이 사업에 대한 그의 생각과 투자 전략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 법인을 방문해 MLCC 사업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삼성전기 경영진과 미래 사업 전략을 논의하고 MLCC 공장을 직접 살펴보면서 AI와 로봇·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후 칼람바 생산 법인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 전자 부품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스마트폰부터 가전·전기차·로봇 등 전자제품 전반에 광범위하게 탑재된다. 특히 전장 분야에서는 성장세가 가파르다. 스마트폰에 정보기술(IT)용 MLCC가 1000개 정도 탑재되는 것과 비교해 전기차에는 전장용 MLCC가 3000~2만 개 탑재되는 데다 가격도 3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IT용 MLCC와 인덕터 등을 생산해온 삼성전기 필리핀 생산 법인은 최근 고성능 전장용 MLCC 추가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 법인을 찾아 MLCC 제품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

이 회장은 최근 수시로 부산과 수원, 중국 톈진 등 삼성전기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전장을 비롯한 고부가 MLCC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2022년에도 부산 사업장을 찾았고 지난해에는 중국 톈진 MLCC 생산 라인을 둘러봤다.


전장 MLCC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삼성의 투자 또한 정교해지고 있다. 우선 MLCC의 핵심 원자재를 자체 개발·제조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부산을 MLCC용 핵심 소재 연구개발(R&D)과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중국과 필리핀은 IT·전장용 MLCC의 글로벌 핵심 공급 거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전장용 MLCC가 삼성 전장 사업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올리버 집세 BMW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 경영자들과 연달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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