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바흐의 음반을 낸다면 첼리스트 문태국이 아니라 바로크 첼리스트 문태국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녹음한 두 번째 앨범으로 돌아온 첼리스트 문태국(30·사진)이 연주자로서 현대 음악을 넘어 바로크 음악으로 경계를 넓히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7일 서울 크레디아 클래식 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아니었다면 곡을 다시 한 번씩 다 뜯어보고 해체해 처음부터 다시 해보는 과정을 거칠 수 있었을까 싶다”며 “인생의 전환점이 된 새로운 시도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 날 스튜디오에서 이번 음반에 실린 무반주 첼로 모음곡 6번을 ‘피콜로 첼로’로 불리는 5현 첼로로 연주했다. 선율 사이에 첼로 본체가 ‘쉬익쉬익' 숨소리를 내는 듯한 잔향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차로 10시간을 달려가 구한 이 첼로에 기존의 금속 현 대신 두 개의 현을 거트현으로 바꿔 달았고 바로크 활을 익혔다. 바흐의 원곡 악보에 6번이 5현 첼로로 명시된 만큼 원작자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고자 한 차원이었다.
“1집 앨범에서는 어릴 때부터 배워온 곡을 연주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앨범은 ‘더 바흐에 가까운 연주가 무엇이었을까’ 고민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막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며 연주를 해보니 모든 게 달랐다. 5현 첼로의 경우 추가된 E선이 가늘다 보니 거칠고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 그는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바로크 음악의 경우 기존 선율 기준으로는 ‘거친 소리’가 따뜻하고 부드럽다는 인식이 있더라”며 “그간 클래식 음악을 배우고 연주하면서 생각한 것과는 정 반대라 배워온 것에 대해서 배신당하는 느낌도 있었다”고 말했다.
달라진 점은 첫 앨범 때만 해도 정제되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거칠 수 있어도 조금 더 자연스럽고 있는 그대로의 소리에 매력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는 시간상의 제약으로 일부 현만 거트현으로 소리를 내지만 다음에 바흐의 곡을 연주하게 된다면 완벽히 거트현과 바로크활로만 연주를 해보겠다는 포부다. 내달부터 독일 뒤셀부르크 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통해 피터 비스펠베이로부터 사사 예정인 그는 “독일에서 고음악을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며 “현존하는 최고의 바로크 첼리스트로 꼽히는 스즈키 히데미와 같은 훌륭한 연주자가 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그는 이달 26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두 차례 공연을 열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