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美증시, 불확실성도 여전… 자사주 매입 10년래 최저

주가 과대평가·실적 기대 감소
7월 자사주 순매수기업 15.7%
매수총액도 2014년이후 최저
“증시 상승 둔화 전조” 관측도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올 들어 미국 기업의 임원과 이사회 이사진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지난 10년 사이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사정을 꿰뚫고 있는 내부 주요 의사 결정권자들의 매수 기피 현상은 증시 하락의 전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전체 기업 가운데 임원이나 이사들이 자사 주식을 순매수한 기업 비중이 7월 15.7%를 기록해 10년 내 최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 비율은 9월 21.9%로 늘었지만 여전히 10년 평균인 26.3%를 밑돌고 있다.


매수 총액도 감소 추세다. 데이터 제공 업체인 워싱턴서비스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미국 기업 임원 및 이사들의 자사주 매수 총액은 23억 2000만 달러로 2014년(19억 8000만 달러)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네잣 세이훈 미시간대 교수는 “내부 주요 관계자들의 거래는 미래 주가 실적에 대한 매우 강력한 선행 지표”라며 “이들의 자사 주식 순매수가 평균 이하라는 사실은 앞으로 증시 상승률도 평균을 밑돌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월가의 주요 기업과 큰손들의 매도 소식은 이어지고 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2분기 주식 매도 규모가 772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매수는 16억 달러에 그쳤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3월 말 1890억 달러에서 6월 말 2769억 달러(약 376조 8000억 원)로 늘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마이클 델 델테크놀로지 회장은 올해 자사주를 각각 103억달러, 56억 달러 매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올 들어 43번의 최고가를 경신하며 21.3% 상승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월가는 이 같은 불일치가 기업 내부의 경기 불안감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WSJ는 “지표는 전반적으로 양호했지만 저소득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어려움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인식이 매수를 주저하도록 한 원인으로 꼽힌다. 데이비드 하든 서미트글로벌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버핏의 메시지는 ‘증시가 과대평가돼 있고 주식보다 현금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인베스코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레이몬드 마 역시 “현재 시장 심리는 과도하다”며 “최근 상승세 때문에 일부 기업의 주가는 확실히 과대평가돼 있고 결국 실적에 걸맞은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기대감 역시 차츰 줄어드는 분위기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3분기 실적 성장률 전망은 7월 12일 7.9%였지만 최근 4.7%로 낮아졌다. 최근 4개 분기 중 가장 낮은 성장 전망이다. 트라이배리어트리서치의 창업자인 애덤 파커는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는지, 수요가 둔화됐는지, 지정학 위험과 거시적 불확실성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고 싶어한다”며 “기업 실적이 특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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