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권의 명사로 떠오른 명태균 씨의 행적과 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 활동하던 ‘정치 브로커’로 여겨졌던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데 이어 언론에 연일 폭로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여권의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명 씨는 최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조사를 받으면) 잡아넣을 건지 말 건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라며 “감당되면 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입을 열면 정권이 붕괴될 만큼 정치적 파장이 일 수 있어 검찰도 자신을 쉽사리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명 씨는 김 여사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추가로 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명 씨는 “6개월마다 휴대전화기를 바꾼다”며 “휴대전화를 여러 대 가지고 있고, 다른 텔레그램은 그 휴대전화에 있겠지”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명 씨와 가족 소유의 전화기 6대에서 김 여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내용도 담겨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김 여사와 주고받았다는 추가 텔레그램 캡처본도 공개했는데, 2022년 9월 김 여사가 보내온 메시지에는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 불참하려던 이유가 명태균 조언 때문이라는 소문이 돈다”고 적혔고, 이에 명 씨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엄벌하라”고 회신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참여를 제안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직접 전화로 제안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김 여사가) ‘인수위에 빨리 오시라’고 했지만, ‘나는 닭을 키워서 납품하는 사람이고 닭을 가공할 사람은 많다’고 거절했다”는 취지로 전했다.
명 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정치적인 조언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선이 끝나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걸 해야지. 처음부터 해버리면 그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총선 전에 문 전 대통령 가족 수사 내용이 부각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연대할 우려가 있는 만큼, 수사 시기를 총선 뒤로 잡을 것을 조언했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명 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여권 내 유력인사들도 명 씨의 폭로로 불똥이 튀었다. 명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시장으로) 만들라고 했다”며 자신이 오 시장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로 당선될 때도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이 의원이) 유승민한테 정치를 잘못 배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명 씨가 언급한 두 사람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유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은 나한테 정치를 배운 적이 없고, 나는 이준석에게 정치를 가르친 적이 없다”며 “김종인, 이준석 두 사람과 특수관계인 명씨는 이를 뻔히 알면서도 악의적인 거짓말로 내 이름을 입에 올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나는 단 한 번도 명태균이란 사람을 만난 적이 없고,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은 적도 없다”며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물론이고,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수많은 보수정치인이 ‘명태균’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이상한 사람과 어울려 약점이 잡히고 이 난리가 났는데 누구 하나 입도 뻥끗 못 하는 지금의 상황은 정말 한심하고 수치스럽다”고 덧붙였다.
명 씨가 연일 윤 대통령 부부 및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드러내는 주장을 이어가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파장이 커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특히 명 씨 발언의 진위여부에 따라 이번 사건이 게이트급으로까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명 씨가 오래도록 여당 정치인들을 상대로 정치 관련 활동을 해온 만큼, 복잡한 관계로 엮여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 여권에 미칠 영향도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