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3분기 9조 원대 영업이익을 거두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스마트폰과 PC 등 전방 수요 부진으로 주력 제품인 범용 D램 판매가 주춤한 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도 미뤄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은 실적발표 당일 이례적으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79조 원, 영업이익 9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2%, 274.5%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집계한 삼성전자의 3분기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는 매출 80조 9003억 원, 영업이익 10조 7717억 원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망치를 1조 6000억 원가량 하회한다. 2분기 실적 발표 전후로 삼성전자가 3분기 14조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HBM 경쟁력 회복 지연에 저조한 범용 D램 시황까지 더해져 영업이익이 9조 원 대까지 내려갔다.
실적 부진의 이유는 5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DS)부문의 업황 악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실적을 이날 공개하지는 않지만 증권가에선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분기 6조 4510억 원에서 3분기 5조 원대까지 낮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공개한 설명자료에서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 수요가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범용(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 영향이 있었다”며 “일회성 비용과 환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붐으로 수요가 견조한 HBM 시장에선 엔비디아용 8단 HBM3E 공급이 지연되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설명자료에서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3E 8단 제품 퀄(승인) 테스트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3분기 퀄 완료를 예상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이 과정이 미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적 발표 직후 전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은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 발표 관련 별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주가 하락과 기술 경쟁력 우려 등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위기 극복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