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7일부터 2024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시작된 가운데 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 등 자연과학계 수상자들의 출신 국가가 1950년대를 기점으로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노벨상 1회(1901년)부터 지난해까지 3개 과학상 수상자의 출신지를 출생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1929년에 독일은 18명의 수상자를 배출해 글로벌 1위를 차지했고 영국 13명, 프랑스 12명 등 유럽 출신이 전체 누적 수상자의 90%(90명 중 81명)를 차지했다. 미국 출신 수상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은 1930년대부터다. 중수소를 발견한 해럴드 유리(1934년 화학상)와 사이클로트론을 개발한 어니스트 로런스(1939년 물리학상) 등이 이 시기 영예의 주역이 됐다. 이후 1958년에 가면 미국이 36명까지 증가하면서 이전까지 공동 1위였던 독일(33명)을 추월한다. 이때부터 미국은 수상자 배출국 1강으로 자리 잡았으며 1990년대 들어선 2위 독일(55명)의 배 이상인 114명의 수상자를 냈다.
1901년부터 1945년까지 3개 부문 주인공의 출신지를 보면 독일이 27명으로 1위, 영국(21명)이 2위고 미국은 15명으로 3위였다. 4위(프랑스 14명)와 5위(폴란드 11명)도 유럽 국가였다. 하지만 1회부터 지난해까지로 기간을 넓히면 단연 미국(209명)으로 2위 영국(80명)과 큰 격차를 보였다. 3위는 독일(71명), 4위는 프랑스(35명)였고 5위는 25명을 배출한 일본이었다.
닛케이는 미국이 전후 수상자를 대폭 늘린 배경으로 적극적인 이민 수용과 법 정비를 통한 연구 자금 증가 등을 꼽았다. 또한 19세기 후반부터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이 늘어나기 시작해 1920년대 대학 재학생 수가 2배로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대학 발전이 새로운 기술 분야의 전문교육을 가속화하면서 국력과 연구력을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노벨상은 성과 발표부터 수상까지 2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1920~1930년대 미국 내에서 성행한 연구가 1950년대 이후 인정돼 상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5위 안에 든 일본 역시 고도경제성장기 이후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다른 나라보다 많아 2000년 이후 상을 받은 사람이 많았다고 짚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1981~2000년 주요국의 연구개발비 총액(실질액)에서 일본은 미국에 이어 2위(약 2003조 원)를 차지했다.
다만 일본의 경우 최근 20년간 연구 자금이나 연구자 수의 성장세가 서구 주요 국가는 물론 한국·중국 등에 뒤떨어지는 등 연구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전날 발표된 2024 노벨생리의학상은 마이크로리보핵산(mi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 메사추세츠공대(MIT) 의대 교수와 게리 러브컨 하버드대 의대 유전학 교수에게 돌아갔다. miRNA는 생물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작은 리보핵산(RNA) 분자들의 집단으로 최근 주요 질병과의 연관 관계를 밝히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