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수 살아나도…수출기업 수혜는 제한적"

■중국 경기부양, 한국 영향은
中시장 밸류에이션 매력 높아져
美 빅테크 투자 자금, 중국 이동
단기적으로 韓 수급 악재 가능성
공급망 다변화 '낙수효과 미지수'
소비재 등 일부 업종만 훈풍 기대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중국 증시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글로벌 증시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만개하면서 미국 빅테크를 향해 쏠렸던 자금이 이익 실현 등과 함께 중국으로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2.29%(8일 코스피 기준)라는 저조한 수익률의 한국 증시로서는 단기적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라는 수급 악재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이원화 등이 상당 부분 진척돼 중국 경기 부양으로 인한 우리 기업의 수출 증가 등 이른바 ‘낙수 효과’를 기대하기도 만만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다만 미국 증시에 쏠렸던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포착된 만큼 한국 기업의 실적이 향후 외국인 수급에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02포인트(0.61%) 내린 2594.3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2581.79까지 하락하면서 전날 회복한 2600 선을 하루 만에 내줬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전자(005930)(-1.15%)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3분기 실적을 내면서 지수를 끌어내렸고 SK하이닉스(000660)(-3.73%), 현대차(005380)(-0.40%),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 -0.79%) 등도 빠졌다.




특히 중국 정부의 화끈한 부양책으로 글로벌 자금이 중국으로 향하면서 우리 증시뿐 아니라 닛케이지수(-1.00%), 홍콩항셍지수(-6.82%)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약세였다. 실제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8거래일 동안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은 약 1조 4223억 원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이 그간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상에서 매력이 크다”며 “글로벌 증시를 보면 미국에 투자한 자금도 중국 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중국 내수가 살아나면 한국 기업의 수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의 경기 부양책은 우리 증시에 호재로 꼽혀왔다. 다만 이번 경기 부양책은 좀 양상이 다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전쟁으로 한국도 공급망 다변화에 성과를 내온 만큼 실제 낙수 효과가 있더라도 소비재 등 일부 업종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양책은 국내총생산(GDP)의 16%였지만 이번엔 3% 정도”라며 “경기 부양책이 실물경기를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하다”고 짚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내수가 좋아진다면) 화장품 등 소비재가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과거처럼 폭발적 수혜는 아닐 것”이라며 “국내 화장품 기업들도 이제 미국향 수출 비중이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 현상이 일정 부분 완화될 기미를 보이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AI 피크아웃(정점을 찍은 뒤 하락) 우려가 지속되는 만큼 중국의 경기 부양책을 통해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할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약세로 미국의 자금이 60%, 나머지가 40%인 상황에서 현재 40%의 자금은 중국에 쏠리는 상황”이라며 “나머지 40%의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오려면 기업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중국이 부동산을 비롯해 실물경기가 좋아지면 그 낙수 효과로 신흥국·유럽까지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시차를 두고 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에도 훈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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