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수리기사 말 무시”… 경찰, ‘부천 호텔 화재’ 人災로 결론

에어컨 교체 당시 전기배선은 그대로
건물 소유주 등 4명 구속영장 신청

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이 8일 경기 부천시 원미경찰서에서 부천 호텔 화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22일 부천시 중동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현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뉴스1


지난 8월 22일 화재로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 소재의 코보스 호텔을 수사한 경찰이 건물 소유주 등 4명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해당 호텔 화재가 관리 소홀로 빚어진 인재(人災)라고 판단했다.


8일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코보스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이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건물주 A(66)씨, 호텔 운영자 B(42)씨와 C(45·여·A씨의 딸)씨, 호텔 매니저 D(36·여)씨 등 4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건축물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처음 불이 시작된 810호 투숙객의 진술에 주목했다. 당시 투숙객은 에어컨을 작동시킨 뒤 전선에서 스파크가 튀었다는 내용의 진술을 경찰에 한 바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 등을 바탕으로 810호 에어컨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A 씨 등은 지난 2018년 5월께 전 객실 에어컨을 새로 교체했지만, 영업지장 등을 전기 배선 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에어컨 설치 업자는 기존 전선에 새로운 전선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마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에어컨 수리 기사 등이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지만, A 씨 등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인명피해가 커진 원인으로는 자동닫힘장치 미설치로 인해 객실문이 열려있던 것이 꼽혔다. 호텔의 객실들은 방화 성능이 좋은 '갑종 방화문'이었지만, 문이 열려 있어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방화문은 항상 닫혀있거나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닫혀야 하지만, 자동닫힘장치가 없어 열려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설계 도면상에는 자동닫힘장치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복도의 비상구 방화문도 열려있었다.


경찰은 화재 직후 화염과 연기가 비상구 방화문을 통해 빠르게 확산한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발생 직후 울린 화재경보기를 호텔 매니저 D씨가 끈 것도 피해를 키운 이유로 지목됐다.


이외에도 31개 객실에 완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9개 객실의 로프 길이는 층고에 미달하는 등 피난 기구도 부실하게 설치돼 있었다. 호텔 운영자 B씨는 소방안전교육을 받지도 않은 채 소방 안전관리자 자격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호텔 7층의 한 객실에서 구조를 요청하던 남녀 투숙객 2명이 호텔 외부 1층에 설치된 소방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 사망한 것과 관련해 소방당국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경찰은 에어매트 설치 지점이 매트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찰은 소방당국에 구조 장비 운용상 개선점에 대해 소방당국에 통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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