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7일 시작된 국정감사를 ‘김건희 여사 블랙홀’로 만들면서 국정 전반을 점검하는 국감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거대 야당은 또 ‘김건희 가족 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를 출범시킨 데 이어 8일 김 여사를 겨냥한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요구안은 마약 수사 외압 및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거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4일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되자 거부권을 우회할 수 있는 상설특검 카드를 꺼낸 것이다. 민주당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에서 여당 추천을 배제하는 내용의 국회 규칙 개정안도 발의했다. 상설특검법은 특검 후보자 추천위를 법무부 차관 등 3명의 당연직과 국회의 여야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각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회 추천위원 4명을 모두 야당에서 추천할 수 있도록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다음 달 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사건의 1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대표의 집권 준비를 담당할 ‘집권플랜본부’를 출범시켰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2년 7개월이나 남았는데 대선 준비 체제를 가동하는 것은 대통령 탄핵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이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는 ‘방탄용’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선거법 위반은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므로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대선 출마 기정사실화로 1심 재판부부터 압박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 대표는 최근 10·16 재보선 유세 도중 “일을 못하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려야 한다”며 윤 대통령 탄핵을 시사했다. 야 4당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탄핵준비의원연대’를 발족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경제·민생과 안보 관련 중대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당 대표 방탄을 위해 불공정한 상설특검 강행과 탄핵 선동 등으로 헌정 질서를 흔드는 것은 제1당의 자세가 아니다. 수권 정당이 되려면 탄핵과 방탄 폭주를 멈추고 경제·민생 살리기부터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