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건전재정 세계가 인정"…회사채·대출금리도 안정화 기대

■국채시장 '밸류업'…4수만에 WGBI 편입
글로벌 투자자 평가·신뢰 높아져
최상목 "韓 국채 제값받기 성공"
편입비중 2.2%…안정적 자금 유입
금리 0.2~0.6%P 추가 인하 효과
가계·기업 자금조달 비용도 줄어

최상목(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운영하는 ‘세계국채지수(WGBI)’는 편입 기준이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다. 세부적으로 국채 발행 잔액과 신용등급, 시장 접근성 세 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 국가인 한국이 2022년 9월 편입 직전 단계인 ‘관찰 대상국’ 지위에 오른 뒤 세 차례나 지수 편입에 도전했지만 실패했을 정도다.


하지만 열매는 달다. WGBI는 주요 선진국 국채를 담고 있어 주요 연기금 등이 벤치마크지수로 삼고 있어 추종 자금만 최대 3조 달러(약 4035조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편입까지가 어려울 뿐 WGBI에 속한 순간 뭉칫돈이 국채 시장으로 흘러 들어온다.




한국이 WGBI에 편입됐다는 건 그만큼 한국 국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와 신뢰도도 높아졌다는 뜻이다. 지수의 편입액만큼 우리나라 국채에 무조건 투자하겠다는 ‘약속’과도 같아 한국 경제와 국채 시장에 대한 신뢰와 확실성이 없으면 편입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우리 국채 시장이 명실상부하게 제값 받기에 성공했다”며 “이번 결정은 윤석열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 하에서 한국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높은 국가 신인도로 인해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정부에서는 국채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한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제3자 외환 거래 허용과 외환 거래 시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외환시장 구조 개선 작업을 7월 완료했다. 6월에는 국제예탁결제기구 국채 통합 계좌를 개통하고 비과세 및 법인식별기호(LEI) 등과 관련한 어려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외신들의 평가도 비슷하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 시간) 한국이 채권 시장 개혁을 통해 세계 3대 채권지수인 WGBI 편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FTSE 러셀은 “한국 정부가 WGBI 편입을 위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제도 개선을 통해 글로벌 투자를 확대·장려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며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WGBI 편입으로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금리 인하다. 우리나라의 편입 비중은 이달 기준 2.22%로 WGBI 편입 국가 중 9번째로 큰 규모다. 이 비중을 감안하면 최대 666억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WGBI를 추종하는 안정적인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금리 인하 효과가 단기물부터 장기물까지 전반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WGBI 편입으로 500억~600억 달러의 국채 자금이 유입되면 0.2~0.6% 수준의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난다.


국고채 금리는 회사채 금리는 물론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반이 되는 금융채(은행채) 금리와도 연동된다. 올 들어 3년물 국고채와 3년물 회사채(AA-), 고정형 주담대 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움직임이 거의 같다. 2월 3년물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인 3.55%에서 8월 2.92%로 떨어지자 3년물 회사채도 같은 기간 4.05%에서 3.41%로 떨어졌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역시 3.93%에서 3.49%로 하락했다. WGBI 편입으로 국고채 금리가 낮아지면 정부의 국채 조달 비용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회사채와 주담대 금리까지 줄줄이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채금리가 떨어지면 당연히 회사채, 은행채 금리도 떨어지고 대출금리도 하락한다"며 “내수와 기업 투자를 진작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경제부총리 역시 “금리가 안정돼 국민과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WGBI 편입은 정부의 재정 운용 여력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WGBI 추종 자금은 단기적인 금리 수익을 위한 자본이 아닌 주로 장기적인 소극적 투자 자금이다. 유출입 변동성이 낮아 예측 가능성이 높다. 국채 수요 기반이 안정적으로 확대되면서 미래의 예상치 못한 재정지출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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