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초과땐 교부세 추가분 챙기고…세수 펑크엔 "삭감 안돼"

◆중앙재정 의존 지자체의 모순
올 30조 결손에 조정 필요한데
지자체 "삭감 내년으로 미뤄야"
야당도 "추경 편성해서라도 유지"
작년 지방재정 중앙 의존 53%로↑
"자구책 없으면 자립기회 사라져"

정정훈(왼쪽 두 번째)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달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수 재추계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기재부

올해 30조 원가량의 대규모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야당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삭감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재원 삭감 시 지방 재정 운용에 어려움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고통 분담 없이는 중앙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크게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세수 초과 때는 추가분을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펑크 때는 내년이나 내후년으로 삭감을 미루자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9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29조 6000억 원 적은 337조 7000억 원으로 추산되면서 지자체에 내려가는 지방 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최대 12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56조 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던 지난해에도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각각 18%, 19.6%씩 감소했다.


이는 교부세와 교부금이 내국세 규모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방 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 교육재정교부금은 20.79%가 자동으로 내려가게 돼 있다.


문제는 지자체의 반응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교부세와 교부금이 줄어들 경우 지방 재정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게 지자체의 주장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72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을 보낸 83개 지자체 중 74곳(약 89.2%)이 당해연도 감액 금지에 찬성했다. 삭감을 내후년까지 미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교부세가 삭감되면 민생 현장에 큰 위기가 올 것”이라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삭감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각 지자체의 수입에서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 전망치는 올해 18조 6000억 원에 달해 전년보다 25.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교부세(금) 삭감 시 내수에 영향을 주고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질 수 있지만 중앙정부 재정 건전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자체들은 세수 초과 때는 예상보다 많은 교부세와 교부금을 바로 챙겼다. 세금이 52조 5000억 원이나 더 걷혀 나라곳간이 풍족했던 2022년의 경우 지방 교부세는 80조 3000억 원으로 전년(58조 4000억 원) 대비 37.5%나 증가했다. 같은 해 교육재정교부금도 81조 3000억 원에 달해 전년(60조 3000억 원)보다 34.8% 늘어났다.


중앙정부 세수 펑크에도 당해연도에 삭감을 하지 않겠다는 논리라면 초과분도 추후에 받아야 한다는 말이 성립된다. 최근 10년간 세수 초과와 부족 햇수는 각각 5번이다. 절반은 덜 받았지만 나머지 절반은 당초 예측보다 더 받아갔다는 뜻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수 초과로 중앙정부에서 받는 돈이 많을 때는 별 얘기가 없더니 세수 결손이 발생하고 나서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못 깎겠다고 버티는 꼴”이라며 “같은 논리라면 세수 초과 때도 상황을 보고 나중에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부세(금) 삭감 규모를 적정 수준에서 정할 필요는 있지만 지자체들도 자구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방 재정(일반 기준)에서 교부세나 보조금처럼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돈을 뜻하는 의존재원 비중은 2018년 50.4%(163조 6000억 원)에서 지난해 53.3%(249조 3000억 원)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연초 확정된 예산 기준으로는 56.9%다. 반면 지방세나 세외수입 같은 지자체 자체 재원은 같은 기간 108조 원에서 144조 원으로 3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방교부세나 국고보조금 같은 의존재원에 의지하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지자체 입장에서 의존재원은 고생 없이 받을 수 있는 돈이다 보니 여기에 의지하면 지자체가 자립할 기회가 더욱 없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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