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 함께 한 모든 분들과 이 세상에 남겨진 희망이 평화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로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3000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기리는 '9·11 메모리얼 풀'에 8일(현지 시간) 맑은 경쇠 소리가 울려 퍼졌다. 70여명의 장삼 복장을 한 스님들이 일제히 애도를 표하자 이곳을 찾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K선명상을 알리기 위해 115명의 방문단을 꾸려 이날 미국 뉴욕에 도착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공항을 떠나자마자 이곳에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진우스님은 '모든 생명은 존귀하며, 그 속에서 사랑과 평화가 싹튼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인용하며 “자비와 생명의 존귀함을 강조한 석가모니의 가르침처럼 인류가 9·11 테러의 아픔을 딛고 나가기를 바란다”고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사를 낭독했다.
이윽고 저마다 국화 한 송이를 들고 ‘미음(ㅁ)’자 형태의 풀을 한 바퀴 돌며 애도 행렬에 나선 스님들은 희생자들의 이름들 앞에 합장하며 국화꽃을 전했다. 한국인 희생자 이현준 씨의 이름이 새겨진 곳에도 국화가 꽂혔다.
이날 진우스님은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스님 등을 통해 '세계 명상의 날'을 제정해달라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전달한 서한을 통해 "명상이 마음을 평안하게 하여 공동체의 평화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이같이 제의했다.
진우스님은 격차 확산, 환경 위기, 정치·사회적 긴장 심화, 전쟁 등 지구촌이 직면한 문제를 거론하며 “항구적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은 기술·제도의 발전을 넘어 제5차 혁명이라 할 수 있는 정신문명의 혁신을 통해 개인이 스스로 내면을 성찰해 마음이 평안해질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70명의 승려와 종무원 등 115명으로 구성된 조계종 방문단은 이날부터 13일까지 한·미 전통불교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