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담합의혹 내달 결론…가계부채 관리 혼선만 가중

공정위, 11월 중 전원회의 제재 여부 판단
당국, 정보 교환에 담합 적용하는 첫 사례
금융계 "리스크 관리 단순 정보교환" 반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사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이르면 다음 달 나온다. 공정위는 이들 은행이 7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여 대출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무리하게 제재를 추진할 경우 금융 당국의 전반적인 가계부채 관리에 혼선만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다음 달께 전원위원회를 열어 4대 은행의 LTV 담합 의혹에 대해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LTV 담합 의혹에 관해 은행들이 낸 소명자료에 대한 공정위의 검토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안다”며 “11월 중에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담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입장은 완강하다. 은행이 담보대출 거래 조건에 해당하는 LTV를 사전에 공유한 행위가 정보교환을 통한 담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1월 4대 은행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도 발송했다.


은행들은 아파트·토지·공장 등 각 부동산과 250개 시군구별로 LTV를 다르게 설정한다. 은행별로 부동산 종류를 30개까지 구분하는 만큼 단순 계산으로 최대 7500개에 달하는 LTV를 설정하는 형태다. 은행들이 이 내용을 서로 공유해 보수적으로 LTV를 산정했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담보대출과 관련 있는 만큼 공정위의 과징금이 수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6일 KBS에 출연해 “은행의 LTV는 부동산 위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중요한 가격 정보인데 이 부분을 교환해 비율을 정하는 것은 가격 담합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한 단순 정보 교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새로 생긴 아파트나 건물의 경우 경공매 낙찰가율 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부족한 데이터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정보를 공유했다는 애기다.


실제 은행들은 LTV 담합에 따른 실익도 적다. 우량 담보의 경우 LTV를 높게 잡아서 대출을 더 많이 취급하는 것이 은행들에 이익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정위의 지적대로 LTV를 보수적으로 산정하기 위해 은행들이 담합을 했다면 은행들에 좋을 것이 없다”며 “LTV를 낮추면 대출 한도가 줄어 이자 수익도 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하다 보면 전반적으로 (LTV 수준이) 엇비슷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금융계에서는 공정위가 은행의 LTV 정보교환을 담합으로 보고 제재에 나설 경우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미시 정책 수단 중 하나로 LTV를 활용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정위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은행 간 부동산 LTV 자료 교환은 할 수 없고 LTV를 활용한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