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료연구원(KIMS) 융·복합재료연구본부가 세계 최초로 다양한 주파수대역의 통신 전자파를 99% 이상 흡수하는 복합 소재 기술을 개발했다. 복합 소재는 5G, 6G, 와이파이(WiFi), 자율주행 레이더 등 각종 주파수대역의 통신 전자파를 흡수할 수 있는 극박(아주 얇은) 필름 형태로 만들어졌다.
박병진·이상복 박사 연구팀이 개발에 성공한 차폐 소재는 0.5㎜ 이하의 두께를 가지고 1% 이하의 낮은 전자파 반사율과 99% 이상의 높은 전자파 흡수율을 가진다는 것이 장점이다. 얇고 유연한 소재로 만들어 수천 회를 잇따라 접었다 펴도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전자 부품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다른 전자 부품에 간섭을 일으켜 성능 저하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자파 차폐 소재가 쓰이며 전자파 간섭 문제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전자파를 반사하는 것보다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기존 전자파 차폐 소재는 전자파의 90% 이상을 반사하고 실제 흡수율은 10%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기능적인 단점을 극복하기 어려웠다. 흡수율이 높더라도 여러 주파수의 전자파를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하나의 소재로 여러 주파수의 전자파를 동시에 흡수하는 복합 소재 기술을 개발했다. 구체적으로 페라이트 자성 소재의 결정구조를 변화시켜 원하는 주파수를 선택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원천 자성 소재를 합성하는 방식이다. 필름 후면에 전도성 패턴을 삽입해 전자파의 진행도 제어했다. 이 기술로 전자파를 흡수해 제거하는 방식으로 전자파의 2차 간섭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 특히 얇고 유연한 소재로 만들어 수천 회 이상 접었다 펴도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만큼 우수한 성능을 갖춰 롤러블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에 활용할 수 있다.
국내의 여러 소재 기업에도 기술이전을 완료해 실제 통신기기 및 자동차에 적용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국내 특허등록을 완료한 연구팀은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도 특허를 출원했다. 연구책임자인 박 선임연구원은 “5G·6G 통신의 적용처가 확대됨에 따라 전자파 흡수 차폐 소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개발한 소재로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레이더 등 무선통신기기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는 한국재료연구원의 기본사업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전자파솔루션융합연구단(SEIF)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글로벌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크셔널 머티리얼스’에 이달 1일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