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습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고율 관세 부과나 환경 규제 등을 활용해 방벽을 치고 있다. 한국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을 위한 주행거리 기준 강화에 나섰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국산차 업계의 반응이다.
9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승합차의 국내 수입액은 2020년 4971만 달러(약 668억 원)에서 지난해 2억 3114만 달러로 3년 만에 무려 364% 폭증했다.
지난해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승합차는 총 2821대였는데 이 중 국산은 1293대(45.8%)에 그쳤다. 수입 전기승합차 등록 대수가 국산을 추월한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이다. 전기차를 승용차와 승합차, 화물차 등 목적별로 나눠봐도 수입 비중이 절반을 웃도는 것은 전기 승합차가 유일했다. 이들 수입 전기승합차는 사실상 전부 중국산으로 봐도 무방하다. 어린이집과 학원 등 주요 수요처에서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데다 이를 상쇄할 만큼 저렴해서다. 대당 수백에서 수천만 원이 지급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으로 배를 불리는 것은 결국 중국 업체뿐이라는 지적이 틀린 얘기가 아니었던 셈이다. 정부가 올해 2월 장고 끝에 1회 충전 주행거리에 따른 보조금 차등 강화와 배터리효율계수 신규 도입 등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제도를 전면 개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대형 전기승용차 국비 보조금 최대액은 650만 원, 전기 승합차의 경우 대형 7000만 원, 중형 5000만 원이다.
정부가 주행거리 기준 강화에 나서면서 중국산 승합차와 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사정권에 들어온 모델은 둥펑류저우자동차의 ‘테라밴’과 주룽자동차의 ‘E6’ 등이다. 테라밴의 실제 판매가는 4950만 원이지만 국비 보조금 797만 원에 지자체별 추가 보조금 등을 더할 경우 3000만 원 중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지게 되면 시장에서 자연스레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특정 국가나 특정 모델을 겨냥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효율이 좋은 전기차에 보조금을 집중하는 게 보조금 제도의 애초 도입 취지와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