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체외진단기기 업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5%에 불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A체외진단기기 업체 대표는 “국내 체외진단기기 업체들의 전체 국내 매출을 합쳐도 500억~1000억 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외국계 체외진단기기 업체에 밀린) 국내 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K방역’의 핵심으로 주목받으며 바이오헬스 수출을 이끌던 체외진단기기 업체들이 엔데믹 이후 국내 시장에서 고사 위기에 몰렸다. 국내 체외진단 시장이 미국 등 고가 프리미엄 제품과 중국 업체의 저가 제품으로 양분되면서 고품질로 적정 가격대를 유지해온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의열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 회장(바디텍메드 대표)는 “의료 현장에서 글로벌 빅파마 제품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산 체외진단기기의 사용률은 낮은 상황”이라며 “중소형 병원에서는 중국 업체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점령했다”고 말했다.
국산 체외진단기기 업체의 어려움은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상황이 다시 발생할 경우 ‘진단 주권’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당시 전 세계 공장이 멈추면서 국내에서 질병 진단에 필요한 시약 공급이 한 달여간 중단된 사례도 있었다. 이민전 웰스바이오 대표는 “다른 나라는 대부분 자국산 제품을 사용하자는 분위기”라며 “(해외 의존도가 심각한 가운데) 기업이나 국가의 상황에 따라 진단기기 수입이 중단되면 감염병 유행 등과 같은 국면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