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증권 고려아연 공개매수 공동 주관사 됐다 [시그널]

비대면 청약 시스템 갖춰 편의성↑
당국 "주주 평등의 원칙에 부합"
수세몰린 최 회장 11일 디데이 관측
"불공정거래 조사" 이복현 발언 변수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기덕 사장, 최 회장, 조현덕 변호사. 연합뉴스

KB증권이 고려아연(010130) 측의 고려아연·영풍정밀(036560) 공개매수의 공동 주관사로 나선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는 미래에셋증권·KB증권을,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하나증권·KB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기존의 미래에셋·하나증권에서는 공개매수 청약을 오프라인으로만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온라인 시스템을 갖춘 KB증권을 합류시켰다. KB증권은 올 8월 비대면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을 도입했고, 영업점도 전국에 63곳으로 많은 편에 속한다. KB증권은 2년 전 한일네트웍스 공개매수를 주관한 경험이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 주관사 수에 별도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간 국내에서 진행된 공개매수는 모두 단독 주관사가 담당했다.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KB증권과의 협의에서 온라인 청약 시스템이 있으면 주주 평등의 원칙에 부합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주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똑같이 주어져야 하는데 공개매수 청약을 몰라서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감독 당국의 우려였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주관사를 복수로 선정한 배경은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우 NH투자증권에는 온라인 청약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상대적으로 투자자 접근성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양측의 조건이 똑같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편리한 온라인 청약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다양한 증권사 연합군과 우호세력으로 손 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베인캐피탈에 4000억 원의 브릿지론을 제공했고, 하나증권은 영풍정밀 공개매수 주관과 함께 800억 원의 브릿지론을 지원한다. 앞서 KB증권은 지난달 고려아연이 기업어음(CP) 2000억 원을 발행할 때 도움을 줬다.


다만 하나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오프라인 시스템만 있다보니 사실상 공개매수 주관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됐다. 고려아연이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줬는데 정작 실속은 차리기 힘든 상황이다.


최 회장 측은 오는 11일을 디데이로 삼아 추가로 공개매수가를 상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공개매수 가격이 고려아연은 주당 83만원, 영풍정밀은 주당 3만원으로 같은데 MBK가 먼저 끝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어서다.


물론 공개매수가 인상에 따른 추가 자금은 최 회장에게는 부담이다. 고려아연의 경우 금융기관 차입금에서 남은 금액 5000억 원에 플러스 알파를 가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의 경우 최대 15.5%(320만900주) 확보를 위해 주당 83만원에 2조6635억 원이 필요한데 90만원이면 2조8881억 원이, 95만원이라면 3조485억 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영풍정밀의 경우 최 회장 측 사재 투입을 늘려야 해 더 신중할 수 밖에 없다. 현재 가격인 주당 3만원을 유지한 채 25%(393만 7500주) 매입 계획을 MBK와 같은 수준인 684만 801주(43.43%)로 늘린다면 1181억 원에서 2052억 원으로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 대신 현재 물량 25%를 유지한 채 공개매수가를 3만5000원으로 높이면 1378억 원이면 된다.


영풍정밀 지분율은 최 회장 측이 35.31%로 영풍·MBK의 21.25%보다 앞서 있어 물량 변동 없이 가격만 높일지, 물량을 확대하고 가격을 유지할지, 또는 물량과 가격 모두 높일지(3만5000원에 684만801주는 2394억 원 소요) 등의 시나리오를 놓고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사재를 털어 영풍정밀 사수에 나선 최 회장 일가는 최근 영풍 지분 300억 원어치를 팔아 실탄을 채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를 지시한 점은 양측에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마치 경매장과 같이 한 번씩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기에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일 이 원장의 발언 직후 양측은 다양한 루트로 배경을 확인하는데 힘을 쏟기도 했다. 이 원장은 특히 임원 회의에서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공개매수 과정뿐 아니라 이후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철저히 살펴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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