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수 끝에 ‘채권 선진국 클럽’ 편입…증시 디스카운트도 해소해야

한국이 ‘채권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하면서 국채 시장의 ‘밸류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지수 제공 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내년 11월부터 한국 국채를 WGBI에 포함시키겠다고 8일 발표했다. 이 지수에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25개 주요국이 편입돼 있었으나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은 빠져 있었다. 정부는 외환 거래 시간 연장, 외국인투자가 등록제 폐지 등 투자 장벽을 제거하고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 등의 투자자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에 2022년 관찰대상국 지위에 오른 후 네 번째 도전 끝에 지수 편입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전 세계의 연기금 등이 WGBI를 참고해 굴리는 자금이 2조 5000억~3조 달러(약 3362조~4035조 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70조~88조 원이 국내 채권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가들로부터 한국의 재정 건전성과 거시 경제 펀더멘털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WGBI 편입은 의미가 크다. 정부는 내년 역대 최대인 201조 원 규모의 국채 발행에 따른 금리 상승 부담을 크게 덜었다. 국채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시장 전반이 안정돼 민간 회사들도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국내에 해외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 외환시장의 안정성도 높아진다. 정부는 선진채권지수 내 안착을 위해 국가 부채와 재정지출을 지속적으로 관리해가야 한다. 정치권도 선심성 돈 뿌리기 경쟁을 자제해야 국제사회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WGBI 편입을 계기로 채권 시장의 선진화는 본격화됐으나 우리나라의 증시 디스카운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FTSE 러셀은 이번에 한국 증시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으나 공매도 금지를 문제 삼기도 했다. 정부는 약속대로 내년 3월 공매도 재개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투자소득세의 불확실성도 신속히 해소해야 할 것이다. 한국 주식이 저평가되는 이유에는 기업 경쟁력 부족 외에 정책 불확실성도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가 선진국 지수 편입을 계기로 높아진 만큼 정부 당국과 정치권은 과도한 개입을 자제하고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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