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2조 원 규모의 세르비아 태양광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다. 이번 수주는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태양광 발전소 사업 중 최대 규모다. 특히 국내 건설사가 세르비아에서 수주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하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르면 이달 중 세르비아 정부와 태양광 발전소 건설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세르비아에 1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소와 최소 200메가와트(MW) 용량의 전기 저장이 가능한 배터리 시스템을 설계·조달·시공(EPC)하는 사업이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 법인인 현대엔지니어링 아메리카와 미국 태양광 기업인 UGT 리뉴어블스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계약 금액은 14억 유로(약 2조 665억 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발전 설비 가동은 2028년 6월 1일 이뤄질 예정이다. 사업은 턴키 방식으로 진행되며 현대엔지니어링은 준공 후 세르비아 전력공사(EPS)에 인도하게 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르비아 정부는 동부와 남부 등 5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으로, 지난달 남동부 자예차르와 남부 레스코바츠 등 발전소가 들어설 부지도 공개했다.
세르비아의 이 같은 대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 사업 추진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세르비아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33.3%, 2010년 대비 13.2%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내놓은 상태다. 이를 위해 세르비아는 지난해 처음으로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고 태양광 발전소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세르비아는 2040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함과 동시에 태양광과 풍력 등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45%, 2040년까지 73%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르비아의 전력 생산량은 석탄이 2만 3820GWh(기가와트시)로 가장 많았으며, 태양광은 14GWh에 그쳤다.
국내 건설사가 세르비아에서 건설 사업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국내 한 중소 건설사가 세르비아에서 개도국 정보접근센터 실내 건축공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사업의 발주처가 한국정보화진흥원이었던 데다 수주 금액도 25만 9000달러(약 3억 5000만 원)에 그쳤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해외 태양광 사업 중 가장 큰 규모인 점도 주목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는 1980년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태양광 발전소 공사를 처음으로 수행한 이래 현재까지 40여 년 동안 총 331억 124만 5000달러 상당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단일계약 기준 가장 큰 규모는 2011년 한전케이디엔(주)이 미국에서 수주한 ‘벤슨지역 태양광발전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수주 금액은 2억 9500만 달러다.
태양광 발전소 건설 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추가 수주에 따른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글로벌 에너지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 규모는 총 7조 4700억 달러에 달한 가운데 이 중 태양광의 비중은 16%로 풍력(38%)에 이어 가장 많다.